[문화와 삶] 다시 돌아갈 순 없을 거라고 난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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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걷는 것이 힘들어서 술을 마시고 사람을 만났다. 술이나 낭만적인 기분에 취하면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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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걷는 것이 힘들어서 술을 마시고 사람을 만났다. 술이나 낭만적인 기분에 취하면 아무리 많이 걸어도 통증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소주 2병을 마시고 광화문에서 여의도까지 걸었던 날이나 좋아하는 사람과 서촌에서 신촌까지 걸었던 날은 발뒤꿈치 살갗이 벗겨지고 몇번이고 발목을 접질렸지만 아픈 줄을 몰랐다. 술과 사랑은 일종의 축지법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많이 걸어야 하는 날이면 언제나 그것들을 그리워했다.

‘걷고 싶은 날’은 특별히 없었지만 내게도 ‘걷고 싶은 장소’는 있었다. 런던의 건축물을 사랑해서 7㎞나 되는 거리를 산책하는 사람들처럼, 나는 이태원의 낡고 좁은 거리를 술이나 사랑에 취하지 않고도 하루 종일 걸을 수 있었다. 한낮에 소방서 앞에서 우연히 본 친구를 해 질 무렵 녹사평 언덕에서 다시 보는 경험은 그 거리를 걷는 것이 비단 나만의 행복이 아님을 확신하게 했다. 이태원을 싫어하는 친구는 드물었다. 이태원은 다양한 인종과 젠더가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자유를 품게 만드는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나의 신체가 검열당하지 않을 거야’, ‘이곳에는 어떤 위계도 존재하지 않을 거야’, ‘이들에게는 나의 문제를 일일이 해명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야’.

지난 주말 2년 만에 이태원 해밀톤호텔 앞을 걸었다. ‘이태원 힙스터’들의 만남의 장소였던 이곳은 이제 ‘10·29 이태원 참사’를 향한 시민들의 애도가 모이는 공간이 되어 있었다. 벽을 가득 메운 메모에는 남은 가족, 친구들의 슬픔,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느끼는 분노와 함께 이태원이라는 동네에 대한 사람들의 위로도 남겨져 있었다. 얇은 볼펜으로 또박또박 쓰인 한 장의 포스트잇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이곳에서의 자유를 이어가는 것만이, 이들의 죽음이 사회적 참사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추모를 마치고 나오면서 함께 있던 사람들의 표정을 오랫동안 살폈다. 사고를 개인의 과실이라 비난하던 악의적인 댓글들이 모두 하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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