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예산안이 지난 8월 30일 공개됐다. 내년 재정지출 증가율이 8.3%인 것을 두고 ‘문재인 정부 마지막 예산도 선심성 돈풀기’, ‘내년에도 퍼준다…나랏빚 1000조 첫 돌파’와 같은 비판이 쏟아졌다. 한편에서는 코로나19 위기가 지속되는데도 불구하고 전년보다 재정지출 증가율이 낮아진 것을 두고 ‘확장 재정 뒷걸음질’, ‘코로나 격차 해소엔 인색’과 같은 평가도 있었다. 과연 어떤 평가가 맞는 것일까?
반면 정부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정부가 내건 근거는 위기 이후에는 경상성장률보다 세수 증가율이 더 가파르게 회복한다는 점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도 세수가 전년 대비 10% 넘게 늘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세수가 가파르게 늘어난 외환위기보다 오히려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더 가까울 수 있는 만큼 장담하기 어렵다. 회복하는 과정도 달랐다. 밑바닥에서 경기가 다시 완전 회복하기까지 외환위기는 24개월이 걸렸지만, 금융위기는 30개월이나 소요됐다. 국세 수입도 외환위기 때에는 세수가 줄어든 폭보다 더 가파른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금융위기는 국세 수입이 30%포인트 회복하는 데 그쳐 위기 당시 국세 감소분을 메우지 못했다. 외환위기가 경기 충격은 더 컸지만, 세수는 덜 줄었고 회복도 빨랐던 것이다.외환위기 때 세수 충격이 크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논문은 높은 물가와 금리로 이자배당소득세, 유류 관련 세수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대량실업과 소비 위축으로 부가가치세와 근로·종합소득세가 줄었지만, 이들 세수가 증가하면서 충격을 완화한 것이다. 이후 회복 과정에서 구조개혁에 성공하면서 실업률이 하락하고 명목임금과 민간소비 등이 큰 폭으로 반등해 세수 증가를 견인했다. 특히 부실기업 정리와 재무구조 개선에 힘입어 법인세가 큰 폭으로 증가한 점이 주효했다.
이 같은 전례에 비춰보면 내년 세수 증대는 장담할 수 없다.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최근 세수가 늘고 있는 것은 금융위기 직전처럼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자산 관련 세수 영향이 컸다. 만약 자산시장 거품이 꺼지게 되면 세수가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자산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주요 은행에 가계 대출을 줄이도록 압박하는 상황이어서 소비마저 위축될 수 있다. 경기 회복으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등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는 정부 예상과는 정반대로 가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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