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동백이 지면 매화가 만발하고 그러고 나면 벚꽃이 핀다. 벚꽃이 지고 나면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 6월까지 꽃잎들을 토해낸다. 꽃송이 하나는 수많은 꽃잎을 매달고 있다. 하루 종일 꽃을 피워 내고 하루 종일 꽃잎을 떨군다. 이렇게 낭만적인 봄꽃이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쓰레기’다. 아파트 경비원에게 그렇다.
조씨는 아파트, 빌딩, 버스터미널을 전전하며 경비원, 주차관리원, 청소부, 배차원으로 겪은 시급 일터의 팍팍한 현실을 담담히 써내려간다. 2016년 8월1일부터 2019년 3월31일까지 기록을 바탕으로 한 책에선 차마 실명으로 적을 수 없는 날 것의 삶을 보여준다. 1장부터 4장까지 동명고속, 노을아파트, 대형빌딩, 터미널고속을 거친 ‘임계장’ 이력을 따라가다 보면 이 사회의 낮은 곳에서 모두가 기피하는 일을 도맡아 하는 반백의 노동자들을 만나게 된다. 검표원, 콜센터 상담원, 편의점 알바생, 미화원 등 그가 거쳐 간 일터들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도 새삼 환기한다. 우리의 빈곤한 상상력과 무지를 반성하게 만드는 경악스러울 정도의 생생한 기록이다.
조씨는 생활정보지의 구인광고를 뒤적였다. 애초에 나이 많은 사무직을 구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60대 ‘어르신’에게 허락된 일자리는 단순 노무직 뿐이다. ‘고다자’, 고르기도 쉽고 다루기도 쉽고 자르기도 쉬운 일자리들이다. 그는 은퇴 후 첫 직장으로 작은 회사의 배차 계장이 됐다. 업무의 부당함을 항의했다가 25년간 지켰던 일자리에서 쫓겨난 전임자에게 인수인계도 받지 못한 채 일을 시작한다. “차 출발하는데 쳐죽으려고 환장했냐? 이 OO새끼야?”라는 욕설에도 익숙해지고, 잔반이 당연하게 올라오는 4000원짜리 눈칫밥에도 금방 적응했다. 그는 세 사람이 해야할 일도 기어코 혼자 해내는데 성공하지만,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탁송 작업을 하다 허리를 다친다. 사흘의 질병휴가를 신청하자 곧바로 해고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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