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을 보고 그 일부를 캡처하여 참조해 그림을 그렸다. ‘오늘부터’에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방호복이 마치 우주복처럼 표현되었고, 검사받는 사람은 검은 동공처럼 텅 비어 보이는 듯 나타난다. 올해 들어 시각예술에서 코로나19 시대상을 징후적으로 드러내는 작품과 종종 마주한다. 예를 들어 의료진의 모습을 그린 전은희의 ‘Neon Moon’과 ‘당신의 그림자’가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재난의 현장을 그려온 전은희에게 코로나19 상황의 의료 현실은 긴박함 위로 미묘한 기류가 몰아쳐 유동하는 듯 표현된다. 최은경의 ‘오늘부터’도 같은 선상에 놓인다. 일렁이는 붓질은 코로나19 시대 삶을 박제하지 않고 흐려놓는다. ‘오늘부터’가 급박한 의료 현장을 직접적으로 재현했다면 보도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전대미문의 예외 상태에 대한 각성 실로 ‘오늘부터’는 지난 2년여간 반복해서 듣는 말이다. 오늘부터 변화된 삶의 단면이 이내 보통이 되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나름의 불안, 고통, 도리 없는 수긍으로 살고, 또 분노·반박·비판의 목소리를 드높이기도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느새 우리 삶의 질서가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개인 공간에 대한 존중과 같은 교양 차원의 계도가 아닌, 정부 지침이자 보건과 안녕을 위한 최소한의 생존 지침으로 요청되었다. 직접적인 비교는 비약이겠지만 거리두기는 예술의 조건이기도 하다. 삶 자체가 예술에 포개어져 거리가 발생하지 않을 때 예술가는 쉽게 붓을 들거나 카메라를 잡기 어렵다. 퍼즐처럼 딱 들어맞는 해답을 위한다면 효용이 있을 텐데 사실 예술은 효용이나 가치 앞에서 무기력하다. 다만 제각각의 궁리와 해석의 발현 정도는 개별적이다. 팬데믹에 처한 우리 삶도 많은 부분 개별적인 몫을 찾아야만 하는 지대에 놓여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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