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치매환자 안락사시킨 네덜란드 의사 '무죄'

조미덥 기자
안락사 합법화를 요구하는 네덜란드 시민들이 2001년 4월10일 상원에서 안락사 합법화 관련 표결이 진행되는 가운데 헤이그시 정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안락사 합법화를 요구하는 네덜란드 시민들이 2001년 4월10일 상원에서 안락사 합법화 관련 표결이 진행되는 가운데 헤이그시 정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안락사를 원한다는 의사를 밝힌 치매 환자가 있다. 하지만 병세가 악화된 뒤로는 같은 생각을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의사는 환자가 이전에 밝힌 의사에 따라 안락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의사를 기소했다. 법원은 의사에게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네덜란드의 ‘치매 안락사’ 사건에서 법원이 11일(현지시간) 의사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AP통신 등은 이날 “법원이 의사가 안락사를 허용하는 네덜란드 법이 규정하는 모든 요건을 지켰다고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기소된 의사는 2016년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74세 여성 환자를 안락사했다. 이 여성은 2012년 치매 진단을 받은 뒤 서면으로 “요양원에서 지내기보다는 안락사를 택하겠다”라는 뜻을 밝히면서 “의식이 있을 때 (죽는 시점을) 내가 정하고 싶다”고 했다. 환자는 증세가 악화돼 결국 시설에 맡겨졌고, 의사는 ‘환자의 뜻에 따라’ 수면제를 넣어 안락사를 유도했다. 그러나 환자는 의도와 달리 잠에서 깨어났다. 의사는 가족들이 환자를 붙잡고 있게 한 뒤 안락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안락사에 대한 환자 생각이 바뀌었을 수 있는데도, 정확한 의사를 알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며 의사를 기소했다.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에서 처음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안락사법에는 환자가 ‘개선될 가망이 없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어야 하고, ‘자발적이고 지속적으로’ 안락사를 원해야 하며, 최소 2명의 의사가 승인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기소된 의사는 치매 초기에 ‘의식이 있을 때’ 환자가 내린 결정을 존중했을 뿐이라고 주장했고, 법원도 의사 손을 들어줬다.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법 위반으로 의사가 기소된 것은 17년만에 처음이다.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는 세계에서 네덜란드, 벨기에, 콜롬비아, 룩셈부르크, 캐나다 5개국이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치매를 포함한 정신질환 환자에게도 안락사를 허용해왔다. 하지만 중증 치매환자의 경우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안락사를 여전히 원하는지 확인할 길이 없으므로 허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왔다. 네덜란드에서는 이번 사건이 알려진 뒤 의사들이 집행을 꺼리게 되면서 치매환자의 안락사가 대폭 줄었다. 지난해 안락사한 암 환자가 4000명이 넘고 초기 치매환자가 144명이었던 데 비해 중증 치매환자는 2명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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