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임명 이후

“금수저들의 들러리가 돼야 하나요” “미래 불안감, ‘그쪽 세계’선 아나요”읽음

조문희·탁지영 기자

조국 만난 청년들의 요구

“부모의 지위가 스펙” 박탈감

조 장관 “듣는 자리” 답 미뤄

조국 법무부 장관이 11일 자신과 관련한 의혹이 불거진 후 한국 사회 특권과 불평등 문제를 비판해온 ‘청년 전태일’ 회원들을 법무부 청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점심 장소인 구내식당으로 함께 걸어가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조국 법무부 장관이 11일 자신과 관련한 의혹이 불거진 후 한국 사회 특권과 불평등 문제를 비판해온 ‘청년 전태일’ 회원들을 법무부 청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점심 장소인 구내식당으로 함께 걸어가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금수저들 들러리가 돼야 하나” “어떻게 더 노력해야 하나”….

11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만난 청년 노동자 공동체 ‘청년전태일’ 측은 청년들 메시지를 조 장관에게 전달했다. 대담 참석자는 10명이었지만 메시지는 44명이 보냈다. 이들은 짧은 글에 청년들의 좌절과 박탈감을 담았다.

이들은 후보자 시절 조 장관 딸을 둘러싼 특혜입시 논란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곧 ‘스펙’이 된 현실을 드러냈다고 했다. 청년들이 제기한 불공정과 불평등 문제는 복합적이었다. 서로 다른 교육 기회, 학벌주의,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차별되는 노동시장, 불안정한 주거 등이 함께 거론됐다.

지방대 재학생인 이모씨(22)는 “나는 입시설명회 한번 가보질 못하고 헛다리를 짚어가며 대학입시를 준비했다. 정보가 좀 더 있었더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한 청년은 “누구는 공부하고 싶어도 일해야 해서 공부를 못한다. 누구는 불편이나 걱정 없이 공부만 하면 된다. 이게 같은 나라 사람 맞나”라고 물었다.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김모씨(19)는 “고졸예정이라는 이유로 막노동을 시킨다거나 잡일을 시키는 회사들이 많다. 무시와 차별뿐이다. 누가 취업을 바라겠는가”라고 했다.

코레일 자회사의 비정규직 노동자 조모씨(31)는 “회사에서 8년 넘게 일을 해왔지만 이제 들어온 신입하고 급여가 같다. 고용을 불안해하며 하루하루 산다”면서 “청년은 미래인데 자꾸 일회용으로만 취급받는 것 같다”고 했다. 프리랜서 노동자 최모씨(29)는 “나와 친구들은 월세에 시달리며 돈을 벌고, 하루 한 끼 편의점 음식을 먹으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면서 “우리 마음을 ‘그쪽 세계’ 사람들은 알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전문가들은 청년의 목소리가 사회구조의 총체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성화고 졸업생, 비정규직 노동자 등 다양한 청년들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출발선”의 경험자이자 목격자로서 변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김찬휘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은 “비정규직이거나 학벌이 없는 사람들, 집 하나 갖기도 어려운 사람들의 입장에선 검찰개혁이란 말이 와닿지 않을 것이다. 자기 삶에 뭐가 달라진다는 건지 느낌이 오지 않기 때문”이라며 “경제·소득·자산 불평등을 완화할 정치적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이번 사태는 수십년간 진행된 양극화, 불평등, 불공정이 드러난 것이다. 조국 한 명만 문제 삼아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며 무상교육 실시, 대학서열 폐지, 비정규직 금지를 해법으로 내놓았다.

대학가에선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연세대 재학생 커뮤니티 ‘세연넷’과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지난 16일 ‘제2차 조국 사퇴 요구 시위’를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개최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연세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ㄱ씨는 “1차 집회는 저와 몇몇 분이 힘을 모아 사비로 개최하려고 한다”며 “집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총학생회에서 운영하겠다고 말하면 집회의 대표성을 위해 위임하겠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대담 모두발언에서 “저희 가족은 우리 사회에서 혜택받은 층에 속한다”며 “합법, 불법을 떠나 많은 분들게 실망을 드린 점 겸허히 인정한다”고 말했다. 청년들 발언에 즉각적인 해법을 내놓지는 않았다. 조 장관은 “오늘은 내가 말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청년 얘기를 내가 듣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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