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버지 '구순기념 가족문집'을 만들면서 엄마와 짧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88세에 처음으로 인터뷰를 하게 된 엄마는 내 첫 질문에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몇 가지 질문을 하며 나는 두 분의 결혼 이야기를 듣게 됐다. 60년도 훨씬 지난 이야기를 엄마는 어제 일인 듯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엄마, 아버지는 1959년 2월 2일 혼인하셨다. 2월 2일은 아버지가 정하셨는데 그 날이 가톨릭의 '봉헌축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억하기 좋은 날짜라고만 생각했는데 신앙심이 깊은 아버지는 혼인이 갖는 의미를 숙고하셔서 배우자에게 자신을 내어준다는 봉헌의 결심으로 날짜를 잡으셨던 것이다.엄마를 만나면 집에 데려가 밥해 주고 귀한 토마토를 몇 개씩 따 주던 증조할아버지는 일찌감치 엄마를 손주며느리로 점찍었다. 수시로 친구 집에 들러 술상을 마주하고 사돈 맺자고 친구를 졸랐다.
이 질문에 엄마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제일 좋았던 게 언제였는지 생각 하는 거 숙제예요. 다시 물어 볼게요"라며 나는 이날 인터뷰를 마쳤다. 다음 날 도착한 구순기념 가족문집에 들어갈 아버지의 글에는 부분 부분 엄마와의 결혼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엄마에게 '언제가 제일 좋았냐?'는 질문은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아버지의 글 안에서 엄마의 대답을 보았기 때문이다. 엄마가 결혼한 '키 작고, 가진 것도 없고, 잘 생기지도 않았던 아버지'가 평생 엄마에게 고마워했던 그 마음의 시간이 엄마에게는 제일 좋았던 시간이었을 것이다.엄마 아버지의 결혼 이야기를 들으며 기억이 난 문구가 있다. '사랑은 결심이다'라는 문장이다. 오래전 남편과 나는 부부대화를 중심으로 한 부부관계 개선 교육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30대 중반이었던 우리 부부는 '부부의 계절'로 보자면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웃음 짓던 봄의 계절을 지나 작렬하는 태양만큼이나 치열하게 다투는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이 문구가 기억난 것은 엄마 아버지의 혼인에서처럼 부부관계의 시작은 다름 아닌 '결심'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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