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감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라앉는 감정으로 며칠을 부대꼈다. 새해 들어 벌써 이십여 일의 시간이 흘렀는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그동안 사두었거나 들여온 책들을 끌어다 놓고 뒤적이며 보냈다.
좀 맹한 상태로 여러 날을 보내다 곰곰 생각하니 그제야 생각나는 것인데, 나는 '나이치레'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정말로 부지불식간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예순이 넘었다'고 했던 작가 사노 요코의 말처럼 그야말로 부지불식간에 시간의 무늬가 경계도 없이 스며들어 '예순'이라는 마디를 굳히고 있음을 순간 깨닫는다. 올해 예순을 막 디디고 보니 여느 때와 조금 다르다. 자꾸 주저앉고 싶고 타협하고 싶고 안주하고 싶다. 원인 모르고 정체 모를 무엇인가 자꾸 나를 물고 늘어지는 느낌과 신경전을 벌인다. 생면부지 허허로운 들녘에 홀로 내던져진 듯 낯설다. 고약한 예순이다.
부모에 대한 애도는 평생에 걸쳐서 하는 일이라고 자신을 다독인다. 애도는 결국 살아내는 자가 치러야 하는 삶의 몫이다. 살면서 느닷없이 솟구치는 슬픔을 만나더라도 내가 감당해야 할 무게이다. "제까짓 게 먹었으면 얼마나 먹었다고 나이로 거들먹거려!""아따, 요즘 세상같이 사건, 사고 잦은 세상에서 무탈하게 칠십 먹은 것도 겁나 장한 일 아녀."나는 가만가만 어르신들 옆을 스쳐 앞서 나간다.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닌데도 괜히 발걸음이 빨라진다. 며칠 동안 가라앉았던 몸과 마음을 훌훌 털 수 있을 것만 같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은 꼴은 아닌가 싶기도 하면서 '풋' 웃음이 나온다.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출처: SBS8news - 🏆 4. / 63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출처: yonhaptweet - 🏆 17.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출처: yonhaptweet - 🏆 17.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출처: kyunghyang - 🏆 14.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출처: YTN24 - 🏆 2. / 63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출처: YTN24 - 🏆 2. / 63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