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머리에 남은 총탄과 파편애국의 이름으로 희생된 생애 드로잉 산문집 에 실린 ‘짝지 아버님’, 펜드로잉. 그림 박조건형·글 김비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는 한 번도 적어본 적 없었다. 이 한 문장을 쓰기 전까지 나는 꽤 오래 ‘아버지’라고 적어야 할지, ‘의식씨’라고 적어야 할지 망설였다. 나를 만든 모성으로부터는 한 발짝 물러나도 괜찮았지만, 왠지 부성으로부터는 그럴 수 없었다. 어머니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모성으로부터는 단호히 멀어졌으면서, 왜 아버지에게는 그럴 수 없었을까? 내 안에 아버지라는 존재는 어떻게 그 이름을 잃어버렸고, 어쩌다 그렇게 되고 말았을까? 아버지의 고향을 적고 싶지만,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아버지가 몇 년생인지 적어야 하겠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몇 번 눌러보면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요즘의 기록부이니 쉽게 알 수 있는 일이지만, 몰랐던 아버지의 출생을 마치 알았던 것처럼 적는 일은 옳지 않다고 믿는다.
그러고도 배설물에 엉망진창이 되어버리는 아버지의 옷가지는 어쩔 수 없었는데, 똥에 범벅이 되며 굳어가는 아버지의 몸을 내려보는 일에 우린 조금씩 익숙해져갔다. 아니, 익숙해진다는 표현은 틀린 말인지도 모른다. 이런 우리 가족의 현실 앞에, 더 이상 그 어떤 비명이나 울음도 쓸모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늙어갔지만, 아버지의 발작은 늙지도 않았다. 어느 겨울 한밤중에 다시 또 발작으로 배설물에 범벅이 된 아버지의 옷을 벗기는데, 정신이 채 돌아오지 않은 아버지가 자꾸 몸부림을 쳐 온 방 안에 똥칠을 하고 있었다. 제발 가만히 좀 있으라고, 이러면 어떻게 씻기느냐고 아버지와 씨름을 하다가, 나는 속옷만 입은 아버지를 그대로 한겨울 수돗가로 끌어냈다. 꽝꽝 얼기 시작한 수도꼭지를 돌려 똥범벅이 된 아버지에게 찬물을 뿌리며 아버지의 몸뚱이를 고깃덩이 씻듯이 이리저리 뒤집으며 씻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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