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던 지난 16일, 창덕궁에서 하루를 보냈다. 서울 살던 대학 시절, 마음만 먹으면 마실 가듯 갈 수 있었는데도 그게 여의치 않았다. 서울 사람들이 남산을 더 안 가고, 무등산을 광주 사람들보다 외지인들이 더 즐겨 찾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창덕궁에선 우리말뿐 아니라 영어와 중국어 가이드를 제공한다. 가이드를 따라가며 해설을 듣는 건 궁궐 기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건 천양지차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다. 기실 궁궐만큼 다채로운 이야기가 넘치는 곳도 없다. 비 내리는 호젓한 창덕궁을 홀로 걸었다. 동선상 정문인 돈화문에서 금천교와 진선문 방향으로 꺾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엔 궐내각사를 시작점 삼았다. 궐내각사란 궁궐 내의 관청을 통칭한다. 왕실을 보좌하는 승정원과 규장각, 내의원 등이 지붕을 맞댄 채 밀집해 있다.흡사 미로처럼 얽혀있는 궐내각사에선 빗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드문드문 마주치는 이들이라곤 외국인 관람객들뿐이었다. 그들은 회랑처럼 이어진 작고 빼곡한 건물들이 신기한 듯 툇마루에 걸터앉아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흔적인데, 이후 여러 차례 중수할 때도 마룻바닥만큼은 그대로 남겨두었다고 한다. 건물에 켜켜이 아로새겨진 역사를 증명하는 것이자 복원의 의미를 성찰해보게 하는 중요한 유물이다. 내부 출입이 금지돼 있지만, 직접 맨발로 디뎌보고 싶은 욕심이 든다. 선정전의 뜬금없는 청기와는 본디 창덕궁의 건물이 아니었음을 알려준다. 옛 건물이 화재로 소실되자 광해군이 인왕산 자락에 세운 인경궁 건물을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인경궁은 인조반정의 직접적 원인이 됐을 만큼 국가재정에 부담을 준 역사(役事)였다.청기와보다 더 뜬금없는 건 입구에 세운 복도 건물이다. 선정전의 급작스러운 용도 변경으로 나중에 세워진 것이다. 정조의 장례 때 이곳에 위패를 모시면서 별도의 격식을 갖췄다. 이후 선정전은 집무 공간으로서 기능을 상실했고, 편전이 혼전으로 사용된 드문 사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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