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 이러고 삽니다

2022-10-06 오후 11:19:00

늙고 아픈 몸으로 농사 짓는 노하우... 감자 한 알도 허투루 대하지 않아

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 이러고 삽니다 사이보그 허리디스크 고추탄저병 황승희 기자

늙고 아픈 몸으로 농사 짓는 노하우... 감자 한 알도 허투루 대하지 않아

가만히 지켜보면 희한한 광경이다.[앵커] 사과 농사를 짓는 소백산 줄기의 한 마을 전체가 쓰던 지하수가 갑자기 말라버렸습니다."우리는 짝째기(짝짝이) 신발이야.작년 봄 맷돌호박 모종 3주를 사다가 집 텃밭과 들녘 밭에 심었습니다.

같은 작업인데 자세는 제각각이다.밭에서 엄마와 아빠와 나는 어느 정도 맡은 역할이 있기도 하고 다 같이 달라붙어서 하는 일도 있다.그 많던 지하수가 다 어디로 간 건지,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원인을 추적해봤습니다.풀메기가 그렇고 엊그제 고추 따기도 그렇다.짝째기라는 말이 이해되었다.아빠는 쪼그리고 앉아서 풀을 뽑고 엄마는 다리가 아프다며 쪼그리기가 안 된다.[권정란/주민 : 왜 물이 갑자기 부족하지? 다른 분들도 '우리도 부족한데 왜 그렇지' 하고…] 주민들은 계곡에 줄을 대고 물을 끌어올 수밖에 없었습니다.농사용 엉덩이 방석에 올라앉는 자세로 일해야 편하단다.늙은 호박에서 얻은 씨앗들을 봉투에 담아 잘 보관해 두었습니다.

그럼 가장 최근 수술한 경력이 있는 나는 어떤가? 나의 모든 농사 자세는 사족보행이다.계곡에 물 조금 나오는 것도 서로 대려고.탄성과 함께 탱글탱글한 알갱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남편의 눈길이 느껴졌다.무릎과 두 손, 네발 자세가 그나마 할 만하다.실제 호랑이 걷기, 호보법이 운동효과는 좋다고 한다.] 마을이 가물기 시작한 건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를 잇는 죽령터널을 뚫으면서부터입니다.오래 하면 어깨가 아파오는 단점은 있다.남편은 온전한 게 아니라는 말을 짝째기 신발로 표현했다.사실 농사일 자체를 안 하는 게 제일 좋은데 말이다.[윤도경/주민 : 여기는 계곡물로 농사를 짓거든요.실제로 고추모를 보면 그러합니다.

우리 가족은 사이보그 인간이다.생물과 기계 장치의 결합체.발파하니까 수맥이 틀어지는 거죠.이야기에서 나오는 신발장수는 형편이 가난해서, 팔다가 남아서 짝째기로 신었을 거라 생각했다.Cybernetic과 Organism의 합성어이다.인공물의 도움을 받아 일상을 유지하는 인조인간.JTBC는 시공사 측이 하천학회에 의뢰해 실제 유출량을 조사한 결과를 입수했습니다.엄마는 발목에 철이 박혀 있다.에라, 모르겠다 버리기엔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텃밭에 한 주만 심어 잘 키워도 호박을 무수히 거둘 수 있습니다.

아빠는 허리디스크 자리에 보형물이 들어가 있다.하지만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에서 별문제가 없다고 결론냈습니다.나는 임플란트를 해서 구강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 나사가 살벌하게 보인다.우리 셋은 또 어쩌다 모두 디스크 탈출증 수술을 했는데, 몸이란 게 생물의 물성 때문인지 각자 고유하게 살아내는 일상이 다른지라 증상과 회복 결과가 자기 방식대로인 것 같다.혹시 소백산에 큰 영향이라든지 가시적으로 드러난 부분이 있는 건가요?] 시공사는 당초 환경부와 콘크리트 벽을 세워 지하수 유출을 막는 차수 공법을 쓰기로 협의했습니다.두 달 전, 감자를 캐고 그 자리에 옥수수를 심었다.풀 뽑기 자세가 다 다른 이유인 게다.환자와 노인 패밀리 우리 가족은 환자와 노인 패밀리이다.시공사는 JTBC에 "국가철도공단과 미리 변경협의를 해 문제가 없다"고 알려왔습니다.그래서 밭에 심은 모종들이 말라죽지 않도록 하루가 멀다 하고 물을 주었습니다.

누가 누굴 온전히 케어할 만큼 건강한 사람은 없다.혼자서 심으면 서너 배는 더 오래 걸린다며 거들어 주는 내 몫을 치켜세웠다.그중 가장 나이가 적은 내가 힘쓰는 일을 도맡아 할 것 같지만 절대 아니올시다.잘 걸리지도 않아요.무거운 거 들기와 오래 앉아있기를 절대 하지 말라는 한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내 인생 좌우명이 된 마당에 나는 나대로 이기적으로 일을 요령껏 한다.그래서 우리 가족의 가훈은"알아서 각자 아프지 말자"이다.] 전문가는 지하수가 유출되면 국립공원 생태계가 크게 망가질 우려가 있다고 말합니다.웬걸.한 명이 병이라도 나면 농사 대체 인력이 없다.비만 내렸다 하면 하룻 사이 호박넝쿨은 족히 2~3m씩은 자라나는 거 같았습니다.

아빠는 알아서 운전 조심하고 무거운 거 조심해서 들어야 하고, 엄마는 알아서 넘어지지 말 것이며, 나는 알아서 일을 잘 안 하고 있다.숲의 생태계나 국립공원 유지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안 다치고 병 안 나는 게 서로 폐 끼치지 않는 것이며 고마운 일이라는 걸 우리는 서로가 암묵적으로 안다.이 달콤하고 향기 가득한 옥수수를 기다리는 지인들을 위해 남편은 서둘러 상자에 담았다.아는 정도가 아니라 시간 날 때마다 내가 읊어대기 때문에 아예 '가족교육헌장'이라 할 수 있겠다.정부는 당장 눈에 띄는 피해는 없다고 했습니다."아빠.조금 더 작게 해서 두 번 날라요.유출된 지하수를 다시 쓸 방법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애초에 유출을 줄이는 겁니다.옥수수를 나만큼이나 좋아하는 큰언니는 주 고객이다.그 많은 호박을 우리 집에서 다 먹을 순 없는 일입니다.

번거롭더라도 그게 허리한테 좋다니께." "엄마도 힘들면 그때그때 쉬고요.(자료제공 :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실) (VJ : 김원섭 / 인턴기자 : 고민주·이주현).그리고 꼭 땅바닥 잘 보고 댕기고.그동안은 있는대로 삶아서 냉동실에 보관하느라 번거로웠는데 좋은 방법을 발견했다며 신나했다.알었지?" 감자 수확을 앞둔 어느 날, 엄마는 기어코 넘어졌다.팔목을 다쳤다.오늘 수확한 늙은 호박은 지름이 37cm, 무게가 10kg에 달하였습니다.

넘어진 이유는 없다.내년에는 옥수수를 얼마나 심어볼까? 밭농사를 수확하다보면 언제나 크기나 모양, 상태가 고르지 않다.워낙에 평소에 잘 넘어진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이다."엄마.괜찮아.남편의 수고가 보여서 허투루 버리기가 미안하고 아깝기 때문이다.팔목 다친 게 다행이라니까.호박 농사는 농부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하늘의 햇볕, 바람, 비를 맞고 호박 제 스스로 잘도 자라나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팔로 짚지 않았으면 골반 다쳤어.엉치 금가면 진짜 큰일이지.즐겨먹는 감자도 마찬가지다.엄마 누워서만 살아야 돼.지금이 나쁘지 않아.괜찮아 엄마.여름 내내 우리 식탁엔 감자가 빠진 적이 거의 없다.

" 완벽하게 정직한 농사 아무래도 근골격계의 타고난 우월성 덕에 유일한 청일점인 아빠가 여든 넘은 노인임에도 짐꾼의 역할을 한다.엄마 없이 감자수확을 마치고 며칠 지난 아침이었다.가족교육헌장이 무색하게 아빠는 결국 허리 통증으로 일어날 수가 없었다.먹어도 먹어도 줄지않는 식재료는 양파다.감자 10kg 박스 여나무 개를 혼자서 들고 날랐으니 우려하던 바가 현실이 된 것이었다."또 못 일어난다.

네 아부지.지난 해부터는 에어프라이어에 구운 양파도 빠지지 않으니 양파냄새가 몸에 배고도 남을 정도다.농사를 계속했다간.네가 그냥 땅을 팔아.네 아부지 농사일 못허게 말여.가까운 중화요리 가게에서는 내년에도 꼭 부탁한다고 할 정도다." 먼저 땅을 팔자고 한 건 작은아버지였다.

이건 확실한 재발이고 수술은 당연 예상하며 그대로 누워 병원행이었다.다행히 간단한 시술로 직립보행이 가능해져서 수술과 입원은 면하게 되었지만 아빠는 내심 여간 놀라신 게 아니었다.짝째기 옥수수를 찌는 아침엔 앞집과 독립한 아들에게도 전달한다.여하튼 엄마는 기브스 한 팔로 풀도 뽑고 고추도 땄고 여름을 보냈다.부상투혼 중에도 김장배추를 제때에 심고 마지막 고추까지 잘 땄다.두 분 다 회복은 잘 되었다.내년에는 옥수수를 더 많이 심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봄 마늘도 심었고 고구마 캘 차례이다.작은아버지 도움도 있었고 해서 큰 차질이 없는 줄 알았다.아니었다.기껏 작년 수확량의 절반 조금 더 나왔다.감자가 그랬고 파프리카와 단호박은 정말이지 보기 안타까울 정도였다.

가뭄이 길었고 장마도 길었던 탓에 고추는 탄저병까지 돌았다.결정적 원인은 바로 가뭄도 장마도 아닌 우리가 덜 신경 쓴 게야, 라며 아빠는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벼는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는데 밭농사도 다르지 않았다.병원 드나드니라 밭에 조금 덜 다녀간 것이 이렇게 큰 표시가 날 줄이야.흙은, 땅은, 농사는 진짜 거짓말을 안 한다.

완벽하게 정직하다.그래서 더 귀중하다, 말하면 무엇하랴, 오늘 저녁 상차림에서 나는 감자 한 알 단호박 한 토막도 허투루 버리지 않았다.잘 먹겠습니다.감사 인사라도 하며 먹을 정도다.그리고 땅이 팔릴 때까지 우리 셋 다 무사하길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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