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없는 집, 피어난 곰팡이···아이들이 우울과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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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도 땅 아래에, 무허가 주택에, 방 한칸에, 컨테이너에, 모텔에, 교회에 아이들이 산다. 수도권에만 22만7000가구의 아이들이 ‘주거빈곤’ 속에서 크고 있다. 열악한 주거환경이 아이들의 신체·정서 발달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까.

스마트폰에 ‘직방’을 깔았다. 가끔은 ‘다방’도 둘러본다. “좋은 집에 살고 싶은 오기 같은 게 생겨서” 매일 부동산 앱을 켠다. 고등학교에 들어온 뒤부터는 일상이 됐다. 반지하 방에 누워 다세대 주택이나 빌라 전세 매물을 찾는다. “요새는 아파트만이 아니라 모든 집값이 다 올라 비싼 것 같아요.” 주현이가 말했다. “요새는 반지하도 다 1억원이 넘더라고요.”

열악한 주거환경은 신체·정서·인지 발달이 이뤄지는 아동에게 다양한 유형의 상처를 입힌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정서발달에 미치는 악영향이 선명하게 확인됐다. 우울증과 같은 기분장애를 겪은 적이 있다는 답변이 주거빈곤 아동의 경우 3배 높았다. 행동장애 비율 또한 전체아동보다 높은 편이다. 지하·옥상 거주에 사는 아이들의 정신건강은 더 위태롭다. 전체 아동가구의 정신건강 점수는 5점 척도에서 평균 4.36점인 반면 지하·옥상 거주 아동가구 3.77점이었다. 갑갑한 집이 싫어 겉도는 아이들이 간혹 ‘청소년 부모’가 되기도 한다. 청소년 부모의 상당수는 “집에서 돌봄받은 경험이 없는데다 모텔이나 원룸을 전전하며 불안정한 상황에서” 아이를 키운다. 주거급여 지원을 받으려 해도 주민센터에서는 “너희 부모의 소득을 알려달라”고 묻는다. 부모와 관계가 끊긴 청소년 부모들은 정부 지원을 단념한다. 주거빈곤이 주거빈곤을 낳은 악순환이지만,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았다.주거빈곤에 처한 아이들이 마음만 다치는 것은 아니다. 몸도 또래에 비해 더 아프다. 희준이는 천변 옆 파란 슬레이트 지붕 아래 아빠와 둘이 산다.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다. “저는 괜찮은데, 목욕시키다 보면 온몸에 두드러기 나더라고요. 닭살보다 조금 심하게요.” 희준이 아빠가 말했다. 집은 방 2개에 60㎡쯤 되는데 마룻바닥에는 손바닥만 한 곰팡이가 곳곳에 피었다. 비가 오면 제습기를 바로 튼다. 부식된 벽면의 구멍에선 벌레가 수시로 기어나온다. 구멍을 막으면 다른 구멍으로 나온다.

발 디딜 틈 없는 주거환경에선 물건도 성치 않다. 최정현 선생님은 똑같은 안경을 두 번이나 학생에게 맞춰준 적이 있다. 그는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생활만 21년 했다. “수업을 하는데 찡그리면서 보는 거예요. 시력이 마이너스였는데 안경을 맞춰줄 여력이 없었던 거죠.” 사비로 안경을 사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안경을 쓰지 않고 나타났다. “방에서 사촌동생이 지나가다 안경을 밟았대요.” 아이는 11평에 조부모, 친척들과 함께 살았다. 한방에 4~5명이 잤다. 방 한칸에 묶인 아이들의 에너지를 안경이 일주일도 못 버텼다.“가난을 극복하려 지독히 공부해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역경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의 입에서 반복된다. 이들의 성공 신화는 가난이 어떻게 인간의 의지를 꺾는지 가린다. 실태조사를 보면, 주거빈곤 속에 놓인 아이 중 ‘숙제나 독서를 할 공간이 있다’고 답한 아동은 15.4%뿐이다. 편하게 앉아 공부하기조차 어려운 아이들에게 ‘노력하라’는 메시지가 힘을 쓰기 어렵다.

남는 가처분 소득은 ‘주거비 부담’ 해결에 집중한다. 희준이네는 주거비를 줄이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0만원인 무허가 주택까지 왔지만, 여전히 부담스럽다. 서울시 주거빈곤 아동가구 중 절반 이상이 월세를 내고 산다. 이들이 내는 평균 월세는 전체 아동가구의 월세보다 높다. 목돈이 없으니 보증금을 덜 내는 대신 월세를 더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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