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마주쳐보기를 권한다. ‘마이너’라는 말을 듣자마자 뜨끔하다면 자신의 소수자성을 빠르게 인정하고 바로 구매해봄직하다. 비록 나는 나를 더 똑똑하게 만들려는 주변인들의 ‘오지랖적’ 권유로 못 이기는 척 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애초에 서점에서 아무런 정보 없이 마주쳤다 해도 ‘마이너 삘’이라는 말을 어떤 이유에서든 못 본 척 지나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올해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라는 책을 내고 에세이 작가가 된 후 다시금 알아가고 있는 ‘에세이’라는 장르는, 그 모든 것이 되어도 좋은 장르라는 점에 그 아름다움이 있다. 이 책 역시 내가 애초에 예상한 어렵고 비싼 ‘사회과학 용어 댄스판’이 아닌, 개인과 역사의 구조를 감정 줄기로 관통하며 다층적 주제와 사건을 엮어낸 에세이여서 마음에 더욱 와닿았다.
백인 중심 사회에서 성장한 비백인 여성 창작자가 자기 작품에 대해 가질 수밖에 없는 끝없는 의심과 자괴감은 가부장제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자란 나와 내 주변 예술가들이 마주하는 고민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저항을 위해 익혀야 했던 체제가 내면화되면서 창작과 생각 구조마저 지배해버리는 문제, 그리고 이에 맞선 작가 본인의 다양한 고군분투에 뒤이은 나름의 결론까지도 흥미롭다. 이 책이 묘사하고 있는 미국 사회의 일면은 한국 사회와도 종종 연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백인이 겪는다는 ‘역차별’이라는 것에 살뜰히 반응해주는 미국 사회의 모습은 한국 남성 친구들의 각종 심통과 그에 관련된 보상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물론 나의 오해이고 느낌일 뿐이겠지만 말이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각각의 낱글들은 자유롭게 가지를 뻗지만, 뻗어간 대로 서로를 이어내고야 마는 설득력 있는 유기적 구조의 책 한 권으로 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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