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로 다가온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을 이끌 사령탑이 누가 될지 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야구계는 지난해 도쿄올림픽 참사를 비롯한 국제대회에서의 부진과 대표팀 운영을 둘러싼 각종 잡음, 프로야구를 둘러싼 여러 사회적 논란으로 흔들리고있는 팬심을 되돌리기 위해서도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올해부터는 대표팀 감독 선임 방식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지난 도쿄올림픽까지는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에 한해서 KBO에서 권한을 위임받아 대표팀 코칭스태프과 선수 선발을 주도해왔다면, 올해부터는 규정이 바뀌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대표팀 구성 절차를 전담하게 됐다.KBSA 규정에 따르면 대표팀 감독은 해당종목에서 5년 이상의 전문 스포츠지도사 2급 이상 자격 요건을 갖춰야한다. 지도경력이 기준보다 다소 부족할 경우에는 국가대표 선수경력이나 국제대회 입상경력으로 보완할수 있다.
여기에 현역 프로 감독이 대표팀을 병행하기 어려운 사정상, 결국 '최근까지 프로 감독을 역임했지만, 현재는 재야에 머물고 있는 인물'로 후보의 범위가 좁혀질 수밖에 없다. 이 기준대로라면 물망에 오를만한 인물은 류중일-김기태-염경엽 전 감독 등이 있다.그런데 대표팀 감독이 앞으로는 영예롭게 '추대'되는 형식이 아니라, 공모에 지원하여 면접을 보고 다른 후보와 경쟁하고 평가를 받아야하는 상황이라면? 설사 모든 자격을 충족하는 인물이 있다고해도 지원에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선동열이나 김경문 전 감독의 사례에서 보듯, 프로에서 이미 성공한 거물급 지도자들에게는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는 현실적으로 '잘해야 본전'이라는 부담만 클 뿐 절대 그리 매력적인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현재 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될만한 인물들의 입장에서 보면 굳이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대표팀 감독직에 지원해야할 동기부여가 마땅치않다는게 아이러니다.
과거의 명성과 경험, 당장 맡고있는 팀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대표팀 감독으로 추대됐지만, 정작 이후에도 현대 야구의 흐름이나 달라진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고 '옛날 리더십'을 반복하다가 성적도 팬심도 모두 놓쳤다는게 마치 데자뷰처럼 일치한다.이로 인하여 일각에서는 이번 대표팀에는 차라리 박찬호나 이승엽같이 나이가 젊고 은퇴한지 얼마안되는 레전드 선수 출신들을 감독으로 기용하자는 파격적인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규정상 지도자 경험과 자격증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애초에 대표팀 감독 후보가 될수 없었다. 설사 규정이 바뀌지 않았다고해도, 지도자 경험이 아예 전무하고 실력이나 비전이 검증되지도 않은 인물들을 오직 선수 시절의 명성만 내세워 일국의 대표팀을 맡기는 모험을 하자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전혀 없는 무책임한 발상이었다.다만 대표팀 사령탑을 꼭 '감독 출신'만 맡아야할 필요는 없다.
종목은 다르지만 농구대표팀의 경우, 조상현 현 남자농구대표팀 감독이나, 전주원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 현 정선민 감독 등은 모두 프로 감독 경험은 전무한 코치 출신으로 대표팀을 통하여 감독으로 첫 데뷔한 사례들이다. 각 구단의 베테랑 코치들이라면 사실상 언제든 '미래의 프로 감독'이 될수있는 준비된 인재들인데다, 경기 감각이나 선수단 파악 등에서도 차라리 현장을 떠난지 오래된 재야의 감독들보다 더 나을수 있다.한편 감독이 아니라 코치라면 자격 기준을 좀더 유연하게 적용하여 박찬호나 이승엽같이 지도자 경험은 부족하지만, 국가대표와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인물들을 대표팀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수 있는 방식을 모색해야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대표팀 운영 방식과 리더십에서 여러 번 한계를 절감했다면, 이제는 발상의 전환을 통하여 새로운 시도를 모색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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