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림에는 영 소질이 없는 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오랫동안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는 데 익숙했던 탓이다. 엄마는 주방의 주인은 본인이라는 생각이 강해서 내가 무언가를 할 때마다 못마땅해 하시고 칭찬에 인색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방에서 마음이 멀어졌다. 욕 먹으면서까지 하고 싶지 않고, 엄마의 공간을 존중해 주고 싶다는 핑계로.
그러데 맛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알던 음식 맛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정성을 담아 맛있게 집밥을 만들어주는 모습을 보며 요리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나도 모르게 불쑥 자라난 모양이다.생각해 보면, 나의 가장 실책은 '지금'을 '임시'로 생각했다는 점이다. 40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늦더라도 결혼을 할 거라 생각했다. 나는 비혼으로 살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사람이 아니었기에 언젠가는 결혼해서 집을 떠날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내가 머물고 있던 집, 내 방은 임시로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정성을 들이지 않을 수밖에.
몇 번이나 예쁘고 좋은 것들로 바꾸자고 했지만, 변화에 저항적인 엄마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작년 초에는 내가 입이 마르도록 설득해서 정리 전문업체를 불러서 집안을 한번 싹 정리했고, 15년 이상 쓴 낡아빠져서 고장난 싱크대를 하부장만 겨우 교체했다. 그때 엄마가 나한테 이런 말을 했다.이사할 계획을 갖고는 있지만, 집이 언제 나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곧 이사를 간다 해도 깨끗하고 산뜻하게 집을 정돈하고 싶었던 나는 엄마를 설득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나도 많은 '임시'에서 시행착오를 거쳤고, 엄마와 얼마나 많이 다투고, 입이 아프게 설득했는지 모른다. 가끔은 이런 과정들이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정돈되고 쾌적해진 집을 썩 마음에 들어하시는 그걸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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