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0.3에 불과한 ‘여자 진종오’ 김민정이 깜짝 은메달을 쐈다. 그 것도 주 종목 ‘10m 공기권총’이 아닌 ‘25m 권총’에서다. 주종목도 아닌데김민정은 30일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비탈리나 바차라슈키나와 38점 동률을 이뤘고, 슛오프 끝에 1-4로 졌다. 결선은 급사 50발 사격으로 진행됐다. 10.2점 이상을 쏘면 1점을 얻는다. 5발 단위 사격이며 16~20발부터 최하점이 탈락하는 서바이벌 방식이었다. 선두와 공동 선두를 오가던 김민정은 슛오프 끝에 아쉽게 졌다.대한민국 사격 김민정이 30일 오후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권총 사격 25m 결선 경기에서 사격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아쉬움이 컸지만 대신 4월30일 25m 권총에서 1위로 출전권을 따냈다. 김민정은 25m 권총도 잘 쏜다. 2018년 국제사격연맹 뮌헨월드컵에 번외선수로 참가해 25m 권총 비공인 세계기록을 쏜 적도 있다.
김민정은 지난 4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중학생 때부터 시력이 0.3~0.4였다. 안경을 쓰면 교정시력이 1.0이다. 표적 정도는 다 보인다”며 웃었다. 손상원 KB 감독은 “사격은 조준선을 잘 보는 선수와 못 보는 선수로 나뉜다. 민정이는 시력이 나쁘지만 조준선을 믿고 쏜다. 사격장이 문 닫을 때까지 자발적으로 야간 훈련을 한다”고 전했다. 중학교 1학년 체육시간에 처음 총을 잡은 김민정은 유스 시절부터 명사수였다. 고교 졸업 후 KB에 입단했다. 이화여대 체육학과에도 동시에 진학했는데, 대회 출전으로 수업에 빠지다보니 제적당했다. 미팅이나 과팅도 못 해봤다.김민정은 2016년 성인이 되자마자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해 리우 올림픽 10m 공기권총에서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올림픽 금메달만 4개인 진종오에 빗대 김민정은 ‘여자 진종오’로 불린다. 본인은 손사래 친다. 자기는 잠깐 1등도 힘들었는데, 진종오는 20년 넘게 세계 최고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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