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지워져왔다. 가부장 사회는 가정 밖과 안을 각각 남성과 여성의 영역으로 양분해서 여성의 이름이 가정 밖의 사회에 내세워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럼에도 지워지지 않은 두 명의 여성이 여기 있다. 포르투갈은 유럽 대륙의 서쪽 끝이다. 리스본 타호강이 대서양으로 흘러드는 길목에는 벨렝탑이 서 있다. 탑 위에서 서쪽의 망망한 대서양을 바라보면 과연 지구는 둥글다는 지리 감각이 강렬해진다. 그곳에서는 아메리카 대륙을 넘어 한국도 중국도 마주 보이는 것 같다. 벨렝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대항해시대를 기념하는 발견기념비가 서 있다. 범선 모형을 손에 든 항해왕 엔히크 왕자를 선두로, 15세기의 항해 영웅들과 후원자들이 인물상으로 조각되어 있다. 두 갈래로 늘어선 인물들 사이에 여인이 한 명 있다. 엔히크 왕자의 어머니로, 영국 랭커스터 출신인 필리파 포르투갈 왕비다. 떠나는 배를 간절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33인 가운데 단 한 명의 여성.
왕비라는 지위에 대한 주변과 사회의 기대를 인품과 지적인 분별력 면에서 모두 넘어서는 인물이었다. 한편 조선에는 사후에 문집까지 낸 여성 성리학자가 있었다. 조선 사회에서 여성이 어떻게 성리학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그는 어떻게 지워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조선시대에 글 쓰는 재능이 있었던 여성들은 결혼의 관문 앞에서 의기가 꺾인다. 여성들은 세 가지 어려운 첩첩의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첫째, 본인이 남달리 출중해야 했다. 둘째, 태어난 가정의 아버지나 남자 형제의 인정을 받고 그들이 교육을 제공해주어야 했다. 셋째, 결혼 후 시댁의 방해를 받지 않아야 했다. 첫째 관문에서 여성은 남성과 그 수가 대등할 것이다. 둘째 관문부터 많은 여성이 좌초한다. 다만 아버지와 남자 형제들의 비호로 교육 기회를 제공받는 경우도 제법 있었다. 셋째 관문을 통과하는 여성은 없다시피 했다. 시댁에서 며느리가 문인으로서 가진 재능은 탐탁지 않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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