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면 다시 로마에 온다는 전설이 통한 걸까. 수십 년 전 16살 미국인 관광객 소녀 리타 카펜터는 멋진 이탈리아 남성과의 사랑을 꿈꾸며 동전을 던질 때만 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실제로 이탈리아 왕자와 결혼해 카라바조의 천장벽화가 그려진 16세기의 저택에 살게 되리라는 미래를. 소녀의 꿈은 현실이 됐지만, 해피엔딩은 어렵게 됐다. 10년 넘게 살아온 이 저택을 경매로 내놓으면서다. 리타 본캄파니 루도비시 왕자비의 이야기다.리타 왕자비가 지난해 11월 30일 자신이 살고 있는 저택에 있는 카라바조의 천장벽화를 안내하고 있다. AP=연합뉴스14일 가디언에 따르면, ‘빌라 루도비시’로도 알려진 저택 ‘카지노 델 오로라’가 오는 18일 경매에 나온다. 줄리어스 시저의 옛 집터에 지은 이 저택은 1600년대부터 이탈리아 왕족 루도비시 가문이 소유해왔다. 입찰가는 4억7100만 유로다.
리타 비는 집의 소유주였던 니콜로 본캄파니 루도비시 왕자의 세 번째 아내다. 니콜로 왕자는 2009년 결혼하면서 그에게 평생 이 저택에 살 수 있게 하고 만약 저택이 팔릴 경우 전처 소생의 아들 셋과 수익을 나누도록 했다. 니콜로 왕자가 2018년 숨진 후 리타 비는 의붓아들들과 상속 분쟁 끝에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국 저택을 경매에 내놨다. 그는 “ 내가 그들에게 얼마나 친절했는지, ‘나와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했다’는 남편의 말을 다 잊은 채 저택 소유에만 관심이 있다”고 비난했다.리타 왕자비는 미국 하원의원이던 존 젠렛과 1981년 이혼한 뒤 플레이보이 표지모델로 등장했다. [유튜브 캡처]미국 텍사스 출신인 리타 비는 니콜로 왕자를 만나기 전엔 미국의 유명인사였다. 텍사스 대학을 졸업한 뒤 텍사스 공화당에서 활동하던 그는 미국 하원의원이던 존 젠렛과 결혼했다. 1978년 워싱턴포스트가 꼽은 ‘가장 역동적인 젊은 여성’ 4명 중 한 명으로도 꼽혔다.
이듬해엔 자서전 『마이 캐피톨 시크릿』에서 그가 정계에서 목격한 정치인들의 난교 파티와 약물 중독, 콜걸과 콜보이 이야기를 폭로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했다. 워싱턴을 떠나 할리우드에 진출해선 영화와 드라마 출연을 거쳐 1984년 플레이보이 표지에 다시 등장했다가 뉴욕에서 방송기자로 활동했다. 1990년대 부동산 중개인으로 변신한 뒤엔 199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제너럴 모터스 빌딩 매각을 성사시키기도 했다.니콜로 왕자와의 인연이 닿은 것도 부동산 사업을 통해서였다. 리타 비는 2003년 지인에게서 ‘로마 근교에서 호텔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이탈리아 왕족이 있으니 당장 로마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고, 반신반의하며 로마에 가서 만난 니콜로 왕자와 서로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리타 비는 “니콜로 왕자는 모든 면에서 총명했고 그에 대해 가장 중요하지 않은 사실은 그가 왕자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리타 비는 “이 집은 사실상 박물관이나 마찬가지”라며 “남편은 생전 빌 게이츠나 아랍의 셰이크 가문 등의 숱한 제안에도 집을 절대 팔지 않았는데 이 집이 엉뚱한 사람 손에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자금 여력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이탈리아 정부가 구입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경매 이후 낙찰가와 동일한 가격으로 다시 구매할 수 있는 선매권을 갖는다. 그는 “ 최선을 다했고 이제 더는 싸울 수 없다”며 “이 집을 사는 사람이 나만큼 이 집을 좋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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