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대학생 김모씨가 가장 먼저 꺼낸 말입니다. 먼저 말씀드립니다. 연애를 ‘못’해서 탈연애를 하는 게 아닙니다. 탈연애탈연애는 ‘여자친구는 애교가 있어야 한다’ ‘남자는 여자를 리드해야 한다’ 등의 관습적인 연애에 저항하는 움직임입니다. 이같은 문제의식으로 연애를 중단하는 행위까지도 탈연애의 범주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탈연애는 적극적으로 기존 연애방식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운동인데요. 기존의 연애 방식이 가부장제를 공고히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죠.여러분들은 탈연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밀실팀은 20대 357명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밀실팀은 4일간 20대 의견을 자필로 받기 위해 신촌, 관악 등 대학가를 돌아다니며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요. 일부 학생들은 “중앙일보 기자입니다”라는 한마디에 경계하다가도 탈연애에 관한 이야기를 듣자 “평소 관심있는 주제였다”며 눈을 반짝이며 빼곡하게 답변을 적어냈습니다.
일부 20대 여성들은 남자친구와 함께 사귀면서 ‘인지부조화’를 겪기도 합니다. 현재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가 좋기 때문에 당장 헤어질 수는 없지만, 이 관계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경우입니다. 응답 중에는 “젠더이슈로 남자친구를 설득시킬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라는 대답이 여러 번 나오기도 했는데요. 정모씨는 “남자친구와 결혼을 생각할 때 전통적 제도에 편입은 되긴 하지만 우리의 결혼 생활은 가부장제로 꾸려지지 않길 바란다”며 “하지만 이상적인 평등한 결혼생활은 거의 불가능하다는걸 아니까 인지부조화가 온다”고 털어놨습니다.직장인 이모씨는 “가부장제 문화가 익숙한 한국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남자를 찾기 힘들어졌다”며 “이젠 한국남자와 연애를 할 수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이처럼 20대 여성들은 탈연애를 고려해보게 된 계기로 기존연애방식이 가부장제를 공고히 한다는 점과 젠더이슈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하지만 탈연애하는 이유에 대해 공감하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대학생 김승우씨는 “데이트 폭력 등으로 연애를 기피하는 건 충분히 이해된다”고 답했는데요. 다만 “젠더 가치관 때문에 탈연애를 하겠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가치관 맞는 사람과 연애를 하면 될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주변에 그런 문제에 공감해주는 남자들이 많냐는 질문에는 “사실 그런 이슈에 관심 갖는 남자들이 없긴 하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20대 남성이 탈연애에 대해 관심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모씨는 “탈연애 개념이 남자들에게 생소한 이유는 여자와 달리 지금 이 관계에 불편한 점이 없어서”라며 “고민해볼 필요성조차 느껴본 적 없었기 때문에 탈연애에 대해 관심없다, 피곤하다 응답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탈연애를 이 기사로 처음 접하신 독자분들은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껏 사랑하라. 이 또한 청춘의 특권이다”라는 말을 하시려나요.
기자검사랑도 연애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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