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의 오랜 인연 불과 한 세기 반 전만 해도 서양에선 우리나라를 ‘고요한 아침의 나라’ 혹은 ‘은자의 나라’라고 불렀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해 온갖 나라와 교역하고 있는 오늘날과 비교하면 매우 놀라운 일이다. 과연 한반도는 고대 이래로 유라시아 대륙을 이어준 실크로드와 단절된 채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왔던 것일까.마테오리치 지도에 ‘조선’ 첫 등장 중세 아랍 지리학자 이드리시가 만든 ‘이드리시 세계지도’. 왼쪽 상단에 신라로 추정되는 나라가 표기돼 있다. [사진 미국 의회도서관]
실크로드 역사를 살펴보면 한반도는 유라시아 교류 네트워크에서 결코 고립된 지역이 아니었다. 실크로드 동쪽 끝에 있었다는 지리적 한계는 분명했지만, 유럽이나 서아시아에서도 중국이라는 제국 너머에 있는 한반도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고, 우리도 중국 너머 서방 세계와 미약하나마 접촉을 유지하고 있었다.신라 도읍 경주에서 출토된 유물은 이런 사실을 웅변으로 말해준다. 예를 들어 4~6세기 지배층 무덤에서 많은 유리 제품이 나왔는데, 재료나 제작기법 혹은 양식으로 볼 때 그 상당수는 지중해 동부 연안이나 페르시아에서 만들어진 ‘로만 글래스’가 수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장식 보검·금팔찌·금관 등 장신구의 금세공 기술과 모티프 역시 서아시아나 중앙아시아에서 전래한 것이다.통일신라 시대에 들어서면 서구와의 접촉을 시사하는 문헌 기록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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