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봉준호 감독은 프랑스 영화 ‘레벤느망’에 이런 찬사를 전했다. 심사위원단 만장일치로 대상를 받은 ‘레벤느망’이 10일 개봉했다. 저널리스트 출신 오드리 디완 감독이 연출한 두 번째 장편 영화다. ‘레벤느망’이 불어로 사건이란 뜻이다.프랑스 문단의 노장 아니 에르노가 당시 20대에 겪은 임신중절을 회고한 자전 소설 『사건』이 토대다. 지극히 내밀한 체험을 날카롭게 포착해 시대의 징후까지 담아내는 아니 에르노의 문체는 영화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때는 프랑스에서 ’임신중단’이 합법화하기 12년 전인 1963년. 촉망받던 대학생 안은 예기치 못한 임신 사실을 알고 낙태를 결심한다.“여자만 걸리는 병이에요. 집에 있는 여자로 만드는 병.” 학과 성적이 곤두박질친 안은 교수의 추궁에 이렇게 답한다. 임신한 여성은 사회 진출의 길이 좌절되고, 낙태는 불법이며, 원치 않은 임신의 책임은 여성만이 짊어져야 하는 시대 분위기가 시시각각 드러난다.
디완 감독은 임신중절에 대한 특정 입장을 강요하기보다 그로 인해 한 사람의 몸이 겪는 사건을 살갗에 와 닿게 그리는 데에 집중했다. 카메라가 주인공의 눈이 된 듯 배우와 한 몸처럼 촬영했다. 화면 비율을 1.37:1로 설정해 관객이 안의 체험에 자연스레 동참할 수 있게 했다.궁지에 몰린 그가 모종의 도구로 자신의 신체 부위를 찌르는 장면은 그 고통이 스크린을 찢고 전해올 정도다. 낙태 직후 사경을 헤매는 상황들도 카메라를 회피하지 않고 똑똑히 담아낸다. 원작 소설의 적나라한 묘사를 과장 없는 관찰자적 시선으로 짧고 강렬한 영상에 새겼다. 온갖 감정이 뒤엉킨 표정과 몸짓을 섬세하게 소화해낸 주연 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도 빼어나다. 12세에 출연한 데뷔작 ‘비올레타’에서 중견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팽팽한 연기 맞대결로 주목받은 배우다. 이번 영화에선 그가 신체적 고통을 연기하는 장면에서 디완 감독이 이어폰을 통해 째깍대는 소리를 점점 크게 들려줬다고 한다.
원작자 아니 에르노도 “영화에 감동받았다”고 영화사에 전했다. “오드리 디완 감독은 진실한 영화를 만들었다”며 “여기서 ‘진실하다’는 것은 임신중절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던 1960년대에 한 여성이 임신하게 되는 것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의미다. 이 영화는 반박하거나, 잣대를 들이대거나, 과장하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인터뷰집 『진정한 장소』에서 “무엇인가에 대해 쓰지 않으면,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다. 작가로서 그의 철학이다. 그가 어떤 경험보다 이야기하기 어려웠다고 고백한 『사건』은 낙태 문제에 있어 제대로 논의된 적 없는 여성 당사자의 체험을 기록한 드문 작품으로 남았다. 영화사와 사전 인터뷰에서 디완 감독은 현시점에서 원작을 다시 끄집어낸 이유에 대해 “아직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법이 없는 나라들”을 언급하며 이 작품이 “우리가 거의 다루지 않았던 역사의 한 시대를 상세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레벤느망’은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고도 대체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법의 공백기가 길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점이 크다. 특히 미국에선 1973년 ‘24주 이내 임신 중절 합법화’를 허용한 판결이 지난해 반세기 만에 뒤집어질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이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다. 지난해 10월 시카고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올 초 선댄스영화제까지 오는 5월 미국 개봉을 앞두고 현지 영화제 7곳에 잇따라 초청됐다. 언론·평단은 호평이 우세한 분위기다. 비평 전문 사이트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는 100% 만점을 기록했다. 현지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개인의 자유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의미 있는, 맑은 눈을 가진 프랑스 사회파 리얼리즘 작품”이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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