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전동 전주 완산경찰서 1층 로비. 모자 달린 점퍼를 입은 남성 2명이 나타나자 일제히 카메라 불빛이 번쩍였다. 둘 다 모자와 마스크를 한 상태여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노송동주민센터 CCTV 범행차량 찍혀 "왜 거액의 돈을 훔쳤나""계획된 범행이었나""얼굴 없는 천사에게 할 말 없나""훔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등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두 남성은 묵묵부답이었다. 친구 사이로 추정되는 A씨와 B씨는 이날 오후 2시 25분과 2시 40분쯤 충남 계룡과 대전 유성에서 각각 붙잡혔다. 경찰은 주민센터 주변 폐쇄회로TV에 찍힌 용의 차량을 추적해 주거지 인근에서 이들을 붙잡았다. 이들이 훔친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 6000만원도 되찾았다. A4용지 상자 안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담긴 돼지저금통이 들어 있었다.
이번 도난 사건은 이날 오전 10시 3분쯤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한 통의 익명의 전화가 걸려온 전후에 발생했다. 40~50대로 추정되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였다. 주인공은 해마다 이맘때면 찾아오는 '얼굴 없는 천사'가 분명했다.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는 '얼굴 없는 천사'는 매년 12월 성탄절 전후에 비슷한 모양의 A4용지 상자에 수천만원에서 1억원 안팎의 성금과 편지를 담아 주민센터에 두고 사라졌다. 지난해에는 12월 27일 오전 9시 7분쯤 주민센터 지하 주차장에 A4용지 상자를 두고 갔다. 상자 안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 10묶음과 동전이 담긴 돼지저금통이 들어 있었다. 5020만1950원이었다. 상자 안에는"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힘내십시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힌 편지가 들어 있었다.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 4월 초등학생을 시켜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중노2동주민센터에 보낸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남몰래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19년째 모두 20차례에 걸쳐 그가 두고 간 성금 총액은 6억834만660원이다. 올해가 20년째다. 그동안 그가 건넨 성금은 생활이 어려운 4900여 세대에게 현금과 연탄·쌀 등으로 전달됐다. 이날도 '얼굴 없는 천사'는" 천사공원 내 희망을 주는 나무 밑에 놨으니 가보세요"라고 짤막하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직원들이 반가운 마음에 주민센터 뒤편에 있는 천사공원에 달려갔지만, 성금이 든 상자는 없었다. 이후 '얼굴 없는 천사'가 두세 차례 전화를 걸어"성금을 찾았느냐"며 상자 위치를 재차 알려줬다. 직원들이 30분 넘게 주민센터 주변을 샅샅이 살폈지만, 성금 상자는 발견하지 못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이날 오전 10시 40분쯤"'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을 누군가 가져간 것 같다"며 전주 완산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민센터 주변 CCTV를 분석해 약 4시간 만에 30대 용의자 2명을 검거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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