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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난과 노벨상

입력
2022.10.06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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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안톤 차일링거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가 2015년 5월 자신의 연구실에 앉아 있는 모습. 그는 양자 원격전송을 처음 시연했다. 빈=AFP연합뉴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안톤 차일링거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가 2015년 5월 자신의 연구실에 앉아 있는 모습. 그는 양자 원격전송을 처음 시연했다. 빈=AFP연합뉴스

지갑이 가뜩이나 가벼운데 택시비까지 오른다. 차를 굴리자니 기름값이 부담이고, 저녁 모임을 무작정 안 갈 수도 없다. 모임이 파한 밤거리에서 하염없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을라치면, 그냥 딱 ‘순간이동’ 하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몇 발짝씩 떨어져 기다리는 사람들 표정에서 동병상련이 읽힌다. 버튼만 눌러도 몸이 집 앞까지 휙 이동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순간이동은 영화에 종종 등장했다. ‘스타트렉’에선 사람들이 우주선과 행성 사이를 눈 깜짝할 사이에 오간다. 짧은 시간 안에 물체를 해체했다가 목적지에 보낸 다음 순식간에 원래대로 복원시키는 특수 장치 덕분이다. ‘점퍼’의 주인공은 세계 곳곳을 바람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는 초능력을 지녔다. 안톤 차일링거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는 영화를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실험에 1997년 처음 성공했다. 빛 입자(광자)를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순식간에 옮긴 것이다.

□ 사실 그때 옮겨진 건 물질 자체는 아니고 물질이 가진 정보였다. 엄밀히 말하면 순간이동이라기보다 ‘원격전송’이다. 원격전송이 가능한 건 광자 같은 기본 입자인 양자들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떨어져 있어도 한쪽이 다른 한쪽에 영향을 미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란 얘기다.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에는 양자 세계로 들어간 인물이 현실 세계의 주인공에 빙의하는 장면이 나온다. 서로의 양자 정보가 얽혀 있어 가능하다는 영화적 설정이 그럴듯해 보인다.

□ 차일링거 교수가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인터뷰에서 그는 “얽힘을 이용한 정보 전송은 아주 작은 입자에만 적용된다. 스타트렉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사람을 구성하는 원자가 10의 28제곱개라는데, 이 정보를 다 옮기려면 수억 년은 걸린다고 한다. 그래도 차일링거 교수 이후 여러 과학자들이 양자 원격전송 규모를 키우고 거리를 늘리고 성공률도 높이는 중이다. 현실적 응용처인 양자컴퓨터를 겨냥한 시도들이다. 양자컴퓨팅의 핵심 기능 중 하나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시뮬레이션이다. 양자컴퓨터가 있다면 택시대란에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임소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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