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 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여성가족부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정부는 여가부와 복지부의 업무가 상당 부분 중첩된다는 입장이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폐지 후 보건복지부(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해 관련 기능을 이관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발표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6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개편안을 확정했다.

개편안에는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하고 외교부 장관 소속으로 '재외동포청'을 신설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조직이 개편안대로 변화하면 18부·4처·18청·6위원회(46개) 체제가 18부·3처·19청·6위원회(46개)로 바뀌게 된다.

다만 야당인 민주당이 국회 의석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당은 국가보훈부 승격과 재외동포청 신설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여가부 폐지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만약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여가부는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여성부'로 출범한 이후 21년 만에 문을 닫게 된다.

'부'에서 '본부'로

여가부가 '부'가 아닌 '본부'가 되면 무엇이 변화할까.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의 수장인 본부장에게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처럼 장관보단 낮지만 차관보단 높은 지위를 부여하며, 장관급이 참석하는 국무회의에 배석한다.

여가부가 담당하던 '청소년・가족', '양성평등', '권익증진' 기능은 복지부로, '여성고용' 기능은 고용노동부로 이관한다는 계획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복지부 장관이 맡을 일이 좀 많아진 것일 뿐 기존 여가부의 기능이 약해지거나 격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오히려 정부는 그동안 복지부의 아동 보육・노인 정책이나 고용부의 여성고용 정책이 여가부의 청소년・가족과 경력 단절 여성 지원 정책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국정상 비효율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오영환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개편안 보고를 받고 "(여성가족부 장관을) 차관급의 본부장으로 격하할 때 성범죄 관련 정책 논의 시 국무위원이 아니어서 타 부처와의 교섭력 등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문제의식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오 대변인은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등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 등이 여전히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반복되고 있고, 유엔에서도 성평등 관련한 독립부처의 필요성을 권고하는 게 국제적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안에 대해 여가부에서는 아직 공식 기자회견을 갖진 않은 상황이다. 다만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이날 '학교 안팎 청소년 지원 강화 대책' 발표 뒤 취재진이 관련 질문을 하자 "차관급의 본부장이 아니라 장관에 준하는 본부장으로 안다"며 "청소년에 대한 보호 외 가족정책, 여성정책 기능을 지속 강화해 부처가 이관됐을 때도 기능들이 짜임새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여성 정책' 보완해야

전문가들은 복지부와 여가부 기능을 통합함으로써 행정적으로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여성 권익 증진 등 여성에 초점에 맞춘 정책은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BBC 코리아에 "기능적 측면을 고려하면 여가부가 복지부 산하 본부로 존재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두 부처 사이에 기능이 중첩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생애주기별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교수는 복지 서비스 관점이 아닌 여성 권리 신장을 위해서는 자문 역할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위원회 설치 등 추가적인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금융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처럼 여성가족위원회를 만들어서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방법이 있다"며 "예를 들어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같은 경우 경찰이나 검찰과도 연계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강제 수사 및 집행 기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국 286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정치적 위기마다 '여성가족부 폐지' 운운하며 여성인권과 성평등 정책을 후퇴시키려는 정부와 국민의힘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최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예로 들며 "여성들이 차별과 폭력 없이 일상을 안위할 수 있도록 성평등 정책 전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책무와 권한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필화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은 "여가부 폐지 자체에 반대한다"며 "(여가부 폐지는) 여가부가 정말 필요없어서라기보다는 사실보다 과장된 반대 의견을 근거로 내린 정치적 결정이라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도 여성 전담기구가 있는 곳이 많고 오히려 이를 확대하는 추세"라며 "한국의 여성 인권 문제는 각종 지표에서 하위권을 차지하며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나는 상황인데 (여가부 폐지를) 고집하는 건 정치적으로도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