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넬슨은 여성 등반가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이었다'

Hilaree Nelson wearing equipment

사진 출처, North Face

9월 26일(현지 시간) 히말라야에서 숨진 미국의 유명 스키 산악인 힐러리 넬슨이 10월 2일 카트만두에서 불교식으로 화장됐다. 동료들은 BBC를 통해 넬슨이 이 시대 여성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이었다고 전했다.

2012년 힐러리 넬슨은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8849m)와 그 옆의 로체(8516m)를 24시간 만에 등정했고, 6년 후 다시 로체를 찾았을 때 파트너 짐 모리슨과 함께 로체산에서는 처음으로 스키로 하산했다.

9월 26일 두 산악인은 히말라야 산맥의 마나슬루(8163m)를 스키로 하산하던 중 눈사태를 만났고 여기에 휩쓸린 넬슨은 절벽으로 떨어져 49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많은 이들이 남성 등반가 못지않던 넬슨의 실력을 언급하며 경의를 표했다.

넬슨과 모리슨이 정상으로 향하기 전에 마나슬루에 함께 있었던 국제산악가이드 데이브 왓슨은 "넬슨이 정상급 남성 산악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라고 말한다.

또한, "넬슨의 노력으로 '첫 남성'·'첫 여성'이 아닌 '첫 인류'의 기록이 남았다. 큰 변화를 가져온 산악 스포츠인이었고, 언제나 품위와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힐러리의 영향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36세의 스웨덴 출신 등반가 겸 익스트림 선수 마리아 그랜버그는 힐러리 넬슨을 선구자로 묘사했고 독보적인 호기심·열정·의지를 갖춘 보기 드문 인물이며 젊은 여성의 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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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North Face

"넬슨은 등반대를 이끌고 젊은 세대가 따라올 수 있도록 손을 내밀었다. 밧줄을 건넨 것이다. 또한, 우리 스스로가 운동선수이자 인간으로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라며, "품위·투지·담대한 열망으로 삶과 경력을 물들이면서 없던 길을 개척했고 여성 운동선수로서 우리가 바라는 이상향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너무나도 인간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젊은 등반가 멜리사 아노트 리드는 산소통 없이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최초의 미국인 여성이다. 리드는 10년 전 에베레스트에서 힐라리 넬슨을 만났는데, 당시 넬슨은 24시간 만에 에베레스트·로체 양봉 등정에 성공했다.

리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넬슨은 정말 강하고 의욕이 넘치면서도, 기꺼이 수용적 태도를 보였다. 이 업계에서 여성이 나약해 보이지 않으면서 수용적 태도를 보이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넬슨은 그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이룰 수 있음을 실제로 보여줬다"라며, "넬슨의 등반 기술·신체 능력·투지는 물론 탁월했지만, 초인적인 과업을 달성하면서도 훌륭한 인간성을 보여준 점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힐라리 넬슨은 히말라야 최고봉부터 미얀마의 가장 외딴 봉우리에 이르기까지 16개국에서 40회 이상 원정을 수행했다. 2020년에는 남극 대륙에서 가장 높은 두 봉우리에 올랐고 모두 스키로 하산했다.

네팔 히말라야의 모든 원정 기록을 보관하는 히말라야 데이터베이스의 책임자 빌리 비어링은 2018년 로체에서 자체 기록을 경신하며 스키 하산에 성공한 넬슨과의 만남을 회상한다.

"넬슨을 만나서 정말 기뻤다. 넬슨은 훌륭한 스키 산악인이었다"라며, "등반 업계는 여전히 남성 위주다. 멋진 여성 등반가도 있고 넬슨도 익스트림 스키로 유명하지만, 산악 스키 또한 남성 지배적인 분야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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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Getty Images

힐러리 넬슨과 짐 모리슨이 정상으로 향하기 전 마나슬루에 함께 있었던 데이브 왓슨은 바람이 강하고 눈사태 위험이 있어서 '캠프 3'에 머물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두 산악인이 정상에 도달한 날 또 다른 눈사태가 발생해 1명의 셰르파가 사망하고 12명 이상의 등반가가 부상을 입었다.

짐 모리슨은 힐러리 넬슨이 눈사태에 휩쓸린 뒤 안전히 하산했고 9월 28일 동료와 함께 넬슨의 시신을 발견했다.

비어링은 등반 업계에서 흘러 넘치는 애도의 물결을 보면, 넬슨의 사고가 미친 큰 충격을 가늠할 수 있다고 말한다.

"넬슨은 아름다운 두 아이를 사랑하는 헌신적인 어머니인 동시에, 꿈을 이루며 살고 항상 겸손을 잃지 않는 멋진 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