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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1억달러' 해외 찬사 터졌는데…약도 없는 尹 '육두문자'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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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맨 왼쪽), 쥐스탱 트뤼도(윤 대통령 오른쪽) 캐나다 총리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맨 왼쪽), 쥐스탱 트뤼도(윤 대통령 오른쪽) 캐나다 총리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전문기자의 촉: 윤 대통령의 엉뚱한 육두문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비속어의 대상이 바이든 대통령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고 해명했지만 그게 또 다른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글로벌 펀드에 약정한 1억 달러를 지원하려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현재로써는 통과를 예측하기도 힘들게 됐다.

글로벌 펀드는 3대 전염병(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를 목표로 2002년 출범한 세계 최대의 국제 보건 기구이다. 코로나19 대응에도 앞장서고 있다. 각국 정부와 민간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3년마다 지원금 조달을 위한 재정회의를 하며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7차 회의(2023~2025년)를 주재해 향후 3년 사업에 필요한 지원금을 모았다.

한국은 2017~2019년(5차) 1200만 달러, 2020~2022년(6차) 25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번엔 4배로 왕창 늘렸다. 외교부가 내년 예산안에 1000억원을 반영해둔 상태다. 이 돈은 글로벌펀드 외 국제기구 분담금 등에 쓰인다. 국회를 통과해야 순차적으로 약정을 이행할 수 있다.

23일 한국의 비영리 민간단체인 국제보건애드보커시에 따르면 해외에서 이번 약정을 빅 뉴스로 평가하고 있다. 한희정 국제보건애드보커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약정 순간 마틴 에드룬드 '말라리아 노 모어 미국' 사무총장이 '회의장에 엄청난 에너지를 창출했다'며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에이즈 퇴치 행동 독일'의 피터 비스너는 SNS에서 "브라보! 한국 대통령이 글로벌 펀드에 4배 증가한 1억 달러 공약을 방금 발표했다. 우리는 이러한 놀라운 공약을 (다른 국가들에서도) 더 보고 싶습니다!"라고 환호했다. 국제 빈곤퇴치 운동단체인 '글로벌 시티즌'도 "이번 7차 회의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공약 중 하나는 윤 대통령의 1억 달러 공약으로, (지난 6차 대비) 무려 400%나 증액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글로벌 펀드 지지 커뮤니티인 글로벌 펀드 애드보케이츠 네트워크(GFAN), 글로벌 펀드 친구들 일본, 퍼시픽 프렌즈(호주·태평양 시민단체), 아웃라이트 액션 인터내셔널의 프로그램 매니저 미셜 고다로, 태국 시민단체 SCDI 쿠아트 티 하이 오안 창립자 겸 대표 , 앨리슨 오 휠러 말라리아 퇴치 연합 이사 등 많은 국제단체와 활동가들이 찬사를 보냈다.

그동안 한국은 경제 규모만큼 국제적으로 기여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6차 지원금 기준으로 한국은 공여국 중 20위(5차 때는 24위)에 불과하다. 글로벌 펀드 6차 지원금을 보면 미국은 한국의 187배, 영국은 67배를 냈다. 일본은 34배, 우리와 국내총생산(GDP)이 비슷한 호주는 6.6배였다. 24개 공여국 중 한국보다 적은 데는 인도·아제르바이잔·중국·벨기에뿐이다.

이 때문에 세계 312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7월 "2023~2025년 전염병에서 2000만명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국격에 맞는 리더십을 보여달라"며 윤 대통령에게 기여금 증액 촉구 서한을 보냈다.

피터 샌즈 글로벌펀드 사무총장은 7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유사한 경제 규모를 가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한국이 글로벌 펀드에 공여하는 지원금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 감염병 위기 대응에 앞장서 달라"고 말했다. 코로나19를 맞아 한국 기업은 올 3월까지 글로벌펀드에 검사키트 등의 보건의료 기기를 납품해 59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은 20~30여년 전까지만 해도 기생충 박멸, 모자 보건 등의 건강증진 분야에 국제 사회의 큰 도움을 받았다. 이 덕분에 세계적인 공중보건을 자랑하는 나라가 됐다. 돌려줄 때가 됐는데도 그러질 못했다. 손명세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라이트펀드 이사장)은 "1억 달러 공여는 한국 역사상 처음 있는, 황홀한 공여"라면서 "그동안 말도 안 되게 작게 기여해왔는데, 이번에 그나마 국격에 근접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희정 대표는 "1억 달러가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이번에 큰 발걸음을 시작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 이사장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빌 게이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 이사장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 종전과 다른 대우를 받았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7차 회의 전날 리셉션에서 헤드테이블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빌 게이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 이사장, U2의 싱어 보노 등과 앉았다. 회의에서는 윤 대통령이 G7 정상보다 먼저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비속어가 뜻하지 않은 장애물로 등장했다. 자칫 국제사회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게 됐다. 해외에서는 여도 야도 없다. 대한민국만 있을 뿐이다. 손명세 교수는 "윤 대통령은 민주당에 깨끗하게 사과하고, 1억 달러 공여의 불가피성에 대해 양해를 구해야 한다"며 "야당도 한국이 국격에 맞는 나라가 될 수 있게 예산을 통과시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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