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장관후보자 인사 실패 지적에 ‘전 정권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라고 한 말을 비판했던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5일 그 비판 이후 주변에서 윤 대통령 비판을 조심하는 게 좋겠다는 충고를 들었다고 밝혔다.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이 전날 칼럼에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여당 대변인을 처음 봤다면서 이것이 지지율 하락 사태의 시작이라고 진단하면서 박 대변인이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준석 대표가 그 칼럼을 근거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재차 정면 비판하면서 갈등이 고조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출근길 약식문답(도어스테핑)에서 인사실패 질문에 ‘전 정권에서 지명된 사람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하자 박 대변인은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느냐는 대답은 민주당의 입을 막을 논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거 아니냐는 국민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양상훈 주필은 분노가 클 것 같아 윤 대통령 주변에 물어보니 사실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분노’가 박 대변인에게 전달됐을까. 박민영 대변인은 5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변인의 비판에 윤 대통령이 실제로 분노했는지, 느낀 바가 있느냐’는 질의에 “저한테 직접적으로 그렇게 전달된 건 없었고 약간 발언을 조심하는 게 좋겠다라는 알음알음 그런 소식은 들었다”고 답했다.

박 대변인은 “직접적인 건 아니고, 당정에서는 또 용산 관계자들과의 관계도 있으니, 거기서 들려오는 말들로는”이라며 “아무래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조심하는 게 좋다. 사실 저는 그 정도의 이야기를 들었었고, 대표실을 통해서는 좀 항의가 있었다는 건 제가 익히 몇 번 말씀을 드렸었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도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희로애락이 있을 수 있고, 서운하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문자 파동이 터진 시점에서는 저는 여전히 대변인이었고, 그때 (윤 대통령이) ‘당은 잘하고 있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여러 가지 그런 감정에 대한 제가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5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 비판 글 이후 주변에서 대통령 비판을 조심하는 게 좋겠다는 충고를 들었다고 털어놓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5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 비판 글 이후 주변에서 대통령 비판을 조심하는 게 좋겠다는 충고를 들었다고 털어놓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당 안팎에서 그건 좀 아니지 않느냐, 자제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충고 비슷한 얘기만 들었다는 것이냐’고 진행자가 재차 묻자 박 대변인은 “예,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그 당시 비판에 이준석 대표의 의중에 담겼는지를 두고 박 대변인은 “이 대표가 누구에게 뭘 지시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저도 지시를 받아서 뭘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대변인이 콘테스트를 통해서 선발된 것도 최초의 일이고, 콘테스트에 권위가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다만 그 자유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된다’는 기조에서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지 어떤 지시를 받고 움직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 징계결정의 결정적 계기, 방아쇠가 된 것이 박 대변인의 윤 대통령 비판이었다’는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의 해석에 박민영 대변인은 “합리적인 해석은 아닌 것 같다”며 “제가 쓴소리를 하기 전후 이준석 대표의 태도가 달라진 것도 아니고 당정의 상황이 달라진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 대변인은 “그런데 (반대로) 그게 하나의 맥락이 됐다고 하면 오히려 그게 더 큰 문제일 수 있다”며 “그래서 그거는 오히려 대통령께서 곤혹스러우실 수 있는 무리한 해석이라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박 대변인은 이날 새벽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이 본분으로 돌아와 시대적 소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쓴소리가 필요할 땐 쓴소리를 하면서 대통령의 길을 격려하고 동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그는 “그 시작이 이준석 대표와의 화합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바람”라며 “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을지라도, 한쪽이 쓰러져야 끝나는 제로섬 게임으로 치닫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은 5일 오전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현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판단하고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추후 열리는 전국위원회에서 이 안건이 통과되면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해산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다. 비대위가 출범하면 6개월 직무정지 상태인 이준석 대표는 당 대표에서 자동 해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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