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한동훈 법무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협치는 끝났다며 거센 반발에 나섰다. 검찰 사유화와 검찰 독재를 정당화하는 선언이라며 더 이상 기대를 접겠다고 했다.

윤석열 당선자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1층 기자회견장에서 연 추가 장관후보자 및 대통령실 인선에서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한 부원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윤 당선자는 한 후보자를 두고 “20여년 간 법무부와 검찰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고 수사와 재판, 검찰 법무 행정 분야 전문성을 쌓아 왔습니다. 앞으로 법무행정의 현대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사법시스템을 정립하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데, 한 후보자 지명의 구체적 이유가 뭐냐’ 이유정 연합뉴스 기자의 질의에 윤 당선자는 “한동훈 후보자는 수사와 재판같은 법 집행 분야 뿐만 아니라 법무행정 검찰에서의 여러가지 기획업무 등을 통해서 법무행정을 담당할 최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절대 파격인사라고, 파격인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다양한 국제 업무 경험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윤 당선자는 “제가 주문한 것은 법무행정이 경제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무행정의 현대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사법제도를 정비해 나가는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프로필.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프로필.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이 배포한 인선 발표자료에 보면 윤 당선자 측은 한 후보자를 “특히 정치권력, 경제권력 등 사회적 강자를 상대로 한 부정부패 범죄수사에서 역대 비교대상이 없을 만큼 발군의 성과를 거두었고, 진영을 가리지 않는 ‘권력비리 수사의 상징’이 되었다”며 “이 뿐만 아니라 수년간 이어진 온갖 핍박에 맞서 공직자의 본분을 다하며, 상식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고 극찬했다.

한 후보자는 1973년 강원도 춘천 출생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1995년 사법고시에 합격(37회)한 뒤 2002년 대검 중수부 검찰 연구관, 2011년 청와대 민중수석실 민정1비서관실 선임행정관, 2013년 대검 기획조정부 정책기획과장, 2015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 2016년 검찰총장 직속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제2팀장을 역임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2019년 대검 반부패 강력부장까지 오르다 조국 수사 이후 2020년 인사에서 부산고검 차장,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거쳐 현재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나이도 49세로 이번 장관후보자 가운데 유일한 40대다. 연령이 너무 젊은 것 아니냐(연소화되는 것 아니냐)는 이종익 매일경제 기자 질의에 한 후보자는 “나이나 기수, 대한민국은 이미 여야 공히 2030 대표를 배출한 나라”라며 “저도 거의 50이 됐고, 공직생활에서 이 분야에만 20년 넘게 근무했다. 이런 정도 경력가진 사람이 나이나 경력 때문에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할 나라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기수 문화는 철저히 지엽적인 것”이라며 “제가 그동안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용기 와 헌신으로 최선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무부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을 두고 “당선인이 약속했고, 저도 지난 박범계 추미애 장관 시절 수사지휘권 남용 사례가 얼마나 해악이 큰 것이었는지 실감한다”며 “취임해도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1층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윤석열TV 갈무리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1층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윤석열TV 갈무리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당론 결정후 추진 방침을 두고 한 후보자는 “개인으로서 의견을 말하면 이 나라 상식적 법조인 언론인 학계 시민단체들이 전례없이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며 “그 반대 이유는 자명하다. 이 법안이 통과하면 국민이 크게 고통당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점을 감안했을 때 이런 법안의 처리 시도는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본다”며 “그 방안에 대해서는 차차 여러분과 생각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등 “검찰 사유화 선언, 상상초월 충격을 금할 수 없어, 전쟁선포” 성토

이 같은 인사에 더불어민주당은 “충격” “상상초월” “검찰 사유화 선언” “검찰 독재” 등 격한 표현을 쏟아내며 성토하고 나섰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검찰 공화국으로 가는 서막이 열렸다”며 “상상을 초월하는 인사 결과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놀라워했다.

오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당선자는 자신의 최측근이자 현직 검사장을 법무부 수장에 지명했다”며 “윤석열 당선자가 검찰권을 사유화하겠다는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오 원내대변인은 “더욱이 검언유착 사건 핵심 피의자를 검찰사무의 최종 감독자로 앉히겠다니 검찰의 정치개입을 정당화하겠다는 것”이라며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무리한 무혐의 처분도 법무부장관 지명을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오 원내대변인은 청와대 민정수석을 없애겠다고 한 윤 당선자의 공약을 들어 “한동훈 검사장을 지명한 것은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의 역할을 모두 맡기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을 기만한 윤석열 당선자의 행태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오늘로서 윤석열 당선자에게 협치에 대한 기대를 깨끗하게 접겠다”고 털어놨다. 오 원내대변인은 “윤 당선자의 검찰 독재에 맞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검찰을 정상화하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설명해놓은 장관후보자 지명 설명자료에 강조 표시한 대목.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설명해놓은 장관후보자 지명 설명자료에 강조 표시한 대목.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정의당도 이번 인사를 야당과 싸우자는 얘기라고 해석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대한민국은 검찰청이 아니며 시민들이 대선을 통해 선출한 사람은 검찰총장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은 칼을 잡는 사람이 아니라 칼을 쥔 사람과 그 칼끝을 다스려야 할 사람”이라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오늘 법무부 장관 후보 지명은 마치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 인사를 한 모양새”라며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분리에 맞서 싸울 전사를 선택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장 대변인은 “그렇다면 민생을 뒷받침하는 법질서 확립과 인권옹호, 정의의 실현을 감당할 법무부 장관을 기대한 시민들의 신의를 배신한 것”이라며 “법무부 장관 후보 지명은 대통령의 책임보다는 더불어민주당과 전면전을 예고하는 검찰총장의 모습을 보여준 듯해서 대통령의 인사로서는 매우 유감이라는 점을 밝힌다”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교육부로부터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되고, 불통 총장으로 대학구성원들의 반발을 샀던 교육부 장관 후보를 포함해 지명된 후보들에 철저히 검증해서 대통령 직무 수행의 첫 단추가 잘못 꿰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민주당 내 지방선거 예비후보들도 각각 목소리를 냈다. 김동연 경기지사 예비후보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통합과 협치가 아니라 강력한 사정정국으로 상대 진영을 겁박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검찰공화국으로 가는 수순”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취임이후 국정운영의 모습이 내각인선과 인수위 활동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며 “통합과 협치는 실종되고 일방적 독주 가능성만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당의 안민석 경기지사 후보도 이날 출입기자들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한동훈 지명은 검찰공화국을 선언한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야당과 전쟁하자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안 후보는 “출범 초기부터 칼날을 휘두르겠다는 것”이라며 “새 정부는 협조를 기대하지 마라. 민주당 단호히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이날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포함해 부총리겸 교육부장관 후보에 김인철 전 한국외국어대 총장을, 외교부장관 후보에 박진 국민의힘 의원을, 통일부장관 후보에 권영세 국회의원을 지명했다. 윤 당선자는 이밖에 행정안전부장관 후보에 이상민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환경부장관 후보에 한화진 한국환경연구원 명예연구위원, 해양수산부장관 조승환 전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에 이영 국민의힘 의원을 내정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에는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명했다고 윤 당선자는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