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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계곡살인 '가평' 빼달라" 군민들 긴장시킨 '살인의 추억'

중앙일보

입력

남편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경기 가평군 용소폭포의 모습. 뉴스1

남편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경기 가평군 용소폭포의 모습. 뉴스1

경기 가평군이 2019년 6월 용소계곡에서 발생한 이른바 ‘가평계곡 살인사건’의 명칭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가평계곡’이라는 지명이 포함돼 지역 관광 명소 중 하나인 ‘계곡’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길까 봐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가평군은 최근 인천지검 등에 ‘가평계곡 살인사건’의 명칭에서 ‘가평’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10일 밝혔다. ‘계곡 살인사건’ 등 지역 명칭이 제외된 다른 이름으로 불러달라는 취지다. 가평군은 각 언론에도 공문을 보내 사건 명칭 변경을 요청할 예정이다.

“살인 사건으로 가평계곡 전체 피해”   

가평군은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청정 가평’에 범죄 도시 이미지가 씌워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계곡은 가평군의 대표적인 관광명소 중 하나다. 시민들은 이 사건 명칭이 가평군 모든 계곡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관광객이 줄어드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평군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A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펜션은 다른 계곡 인근에 있는 데도 사건 명칭이 ‘가평계곡’으로 알려지면서 일부 예약 손님들이 ‘혹시 살인 사건이 난 계곡이냐?’고 묻는 등 벌써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며 “살인사건이 발생한 계곡도 사고가 거의 없던 곳인데 이 사건으로 타격이 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평군청에도 “청정 가평에 살인이 웬 말이냐”며 “사건 명칭 변경을 추진하라”는 시민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계곡 살인사건' 용의자 이은해(31·여)씨와 공범 조현수(30)씨. 연합뉴스

'계곡 살인사건' 용의자 이은해(31·여)씨와 공범 조현수(30)씨. 연합뉴스

이춘재 사건 등 범인 이름으로 변경 사례도

살인 또는 사망 사건 명칭에 지명이 들어가는 것은 ‘변사체(變死體)가 발견된 장소를 관할하는 경찰서에서 사건을 처리한다’는 경찰 자체 규정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지자체는 잔혹하거나 엽기적인 사건 등 부정적인 이미지에 지역 명칭이 사용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지자체들의 요구가 이어지는 이유다.

앞서 경기도 화성시의회는 2019년 경찰이 화성시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이춘재를 입건하자 사건 명칭을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변경해 달라고 경찰에 공식 요청했다. 이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의 흥행도 이해관계가 얽힌 해당 지역 주민들에겐 불편한 일이 됐다.

수원시는 2012년 지역에서 발생한 시신 훼손 사건의 명칭을 범인의 이름인 ‘우위안춘(오원춘) 사건’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경기도 수원·화성·군포 등에서 발생한 부녀자 7명에 대한 납치·실종 사건은 2009년 1월 이 사건의 피의자 강호순이 검거되면서 ‘강호순 사건’이 됐다.

가평군 관계자는 “사건 용의자들이 공개 수배되는 등 사건이 알려지면서 ‘가평계곡’에 대한 부정적인 검색어 등으로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용의자들이 검거되기 전이지만, 지역 피해 예방을 위해 수사기관과 언론 모두 사건 명칭에서 지명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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