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스스로 세상을 떠난 KBS 기자의 직속 상관들이 승진 인사발령을 받아 사내 논란이 거셌다.

기자 A씨 사망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부서 책임자들의 승진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제기됐다. 유족들도 김의철 KBS 사장 면담을 요청하는 등 KBS 주간·부장단 인사는 비판에 직면했다. 

KBS는 11일자로 고인의 부서 상관들을 보도기획부로 발령내며 진화에 나섰지만, A씨 사망 사건에 관한 사측의 진상 규명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1월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11년차 기자 A씨는 온라인 경제매체에서 근무하다가 2015년 KBS 경력 기자로 입사했다. 사망 전까지는 KBS 디지털뉴스제작부서에서 일했다. A씨는 생전 주변 동료들에게 KBS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A씨가 조합원으로 활동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회사 등을 만나 산업재해 신청에 대한 KBS 협조를 당부했고, KBS 노사 모두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KBS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KBS

그러나 지난달 31일 KBS 보도본부 주간·부장단 인사에서, A씨의 직속 상관인 디지털뉴스제작부 부장과 팀장이 각각 주간과 부장으로 승진해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 2월 김의철 KBS 사장 요청으로 KBS 감사실에서 특별감사가 진행 중인데 부서 관리자들의 승진 인사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A씨의 입사동기회 동료 21명은 지난 1일 입장문을 통해 “사측이 특별감사에 착수한다고 해서 그 과정을 지난 두 달여간 지켜봤다”며 “A 기자의 극단적 선택을 둘러싼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길 바랐다. 직장 내에 똑같은 비극적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A 기자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진상 규명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들은 “A 기자가 속했던 해당 부서 관리 책임자들은 모두 승진으로 인사 발령이 났다”며 “이 소식을 접한 유족들도 상당한 실망감과 황당함을 표하며 또 한 번 슬픔에 잠겨야 했다. 최소한 도의적 책임이 있는 부서 관리자에 대한 승진 인사는 진상 규명이 되기 전까지 보류하는 게 상식에 맞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도 지난 1일 “아직 감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는데도 고인의 직속 상관들에 대해 한 단계씩 수직 승급 인사가 단행됐다”며 “이번 인사는 아직 감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자칫 회사가 고인의 안타까운 선택에 대해 미리 예단하고 있다는 불신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의 KBS 노동조합도 “이번 인사로 KBS가 유가족을 볼 낯이 없게 됐다”며 “사고 직후 유족들과 만나 산재 처리와 진상 조사에 대한 처리를 약속했던 KBS가 진상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이들에 대한 승진 인사를 냄으로써 그 약속을 저버리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KBS 보도본부 책임자들은 디지털부서에 적합한 주간과 부장을 찾지 못했다는 점, 미처 승진 인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 디지털뉴스부 분위기 쇄신과 디지털부서 강화 취지였을 뿐 감사에 영향을 주기 위한 인사는 아니었다는 점 등을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의 한 기자는 “김의철 사장이 A씨 장례식장을 찾고 특별감사도 지시해 진상 규명 의지가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번 인사를 보면서 의문을 갖게 됐다”며 “KBS 공영방송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그런 선택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제대로 조사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A씨 유족은 이번 인사에 관해 김의철 KBS 사장 면담을 요청했고, 지난 8일 만남이 성사됐다. 이후 KBS는 고인의 두 상관들을 보도기획부로 발령내며 앞선 승진 인사를 사실상 취소했다.

이날 면담에는 유족 요청에 따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관계자가 동석했다. 언론노조 KBS본부 관계자는 “(유족 입장은) 특별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감사 대상인 지휘라인에 대한 승진 인사가 과연 상식적인지 우려를 표한 것”이라고 전했다. 인사 논란에 대해 김의철 KBS 사장, 손관수 보도본부장, 김현석 통합뉴스룸 국장 등의 생각과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편, 박찬욱 KBS 감사는 11일 통화에서 특별감사 일정 등을 묻는 질문에 “진행 중인 감사에 관한 내용은 외부뿐 아니라 사내에도 알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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