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와 검사장들 “직에 연연 않겠다”…‘검수완박 반대’ 배수진

허진무·이보라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회의에서 지검장들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오수 검찰총장,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회의에서 지검장들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검찰이 11일 전국 지검장 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김오수 검찰총장과 지검장들은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지검장들은 국회가 법안 처리를 미루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수렴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국 지검장 18명은 김 총장 주재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회의를 진행한 뒤 “국회에서 가칭 ‘형사사법제도 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검찰 수사 기능뿐 아니라 형사사법제도를 둘러싼 제반 쟁점에 대해 전문가와 국민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를 거쳐 합리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지검장들은 “검찰 수사는 실체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사건 관계인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필수 절차”라며 “검찰의 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면 사법정의와 인권보장을 책무로 하는 검찰의 존재 의의가 사라지게 된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형사사법제도 개편(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범죄를 발견하고도 제대로 처벌할 수 없고 진실규명과 사건 처리의 지연으로 국민께서 혼란과 불편을 겪는 문제점을 절감하고 있다”면서 “국민적 공감대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않고 충분한 논의나 구체적 대안도 없이 검찰 수사 기능을 폐지하는 법안이 성급히 추진된다면 피해는 국민께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김 총장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만약 검찰 수사 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인 저로서는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저는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 어떠한 책임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박상기·조국·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차관을 지내며 검경 수사권 조정에 참여해 현 정부·여당과 가까운 성향으로 분류됐다. 역시 친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던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 이종근 서울서부지검장도 수사권 폐지 반대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서울중앙지검도 이날 오전 차장검사 회의와 오후 평검사·부부장검사 회의를 열어 반대 입장을 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회의가 끝난 뒤 대검 기자실을 방문해 “검사장들도 직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공통된 입장”이라며 “다만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보다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이 ‘검사장들도 사의를 표명할 수 있다는 것이냐’고 묻자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답했다.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기자들이 ‘김 총장이 국회를 찾아갈 것이냐’고 묻자 “그런 가능성도 당연히 있다. 의원과 국민께 소상히 설명드리겠다는 입장이니까 적극적으로 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검장들이 국회 방문을 건의하자 김 총장이 ‘알겠다. 적극적으로 설명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검장들은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이 제기하는 ‘수사의 공정성’ 문제에 대해선 중점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김 지검장은 “검찰의 수사 기능 자체를 폐지한다는데 수사를 계속해야 공정성도 논의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 논의는 거의 없었다”며 “검찰 수사가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법(수사권 조정)이 통과된 지 1년이 안 됐는데 그간 새로운 문제가 더 있었다고 국민이 판단하신다면 이 방향(검수완박)으로 가겠지만 그런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지검장은 민주당이 5월 정권 교체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검수완박 입법을 추진하는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이 공정성과 중립성을 다 갖추고 있는데 왜 이런 법을 추진하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냐”며 “어떤 문제든 저희가 안고 있다는 것은 아는데 이 제도를 추진하는 타이밍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2일 의원총회를 열어 검수완박 입법을 당론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국회 의석 172석을 가진 민주당이 법안 단독 처리를 강행하면 검찰이나 국민의힘이 막을 방법이 없다. 김 총장이 직을 걸었지만 정권교체기인 터여서 발언에 큰 힘이 실릴지 미지수이다. 검찰이 잇달아 공개적으로 회의를 여는 이유도 여론에 호소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대책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회 입법을 검찰이 반대하는 것이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하다고 비판한다. 경찰 출신인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이날 검찰 회의에 대해 “오만한 조직 이기주의의 발로이고 공직 기강을 문란케 하는 우려스러운 집단 행동”이라며 “(박근혜 정부 시절) 해경이 해체된다고 할 때 해경이 모여 반발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 지검장은 “집단 반발로 보여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입법 절차에 대한 문제는 어쨌든 우리가 국회와 국민께 알려야 할 시점이 됐다. 적당한 의견 개진은 필요하다”며 “국회는 국민의 대표니까 누구든 건들지 말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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