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첫 장관후보자 8명 인선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박보균 전 중앙일보 편집인을 두고 “기자시절 윤비어천가를 쏟아냈다”는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의 날선 비판도 나왔다.

경상도, 60대, 남성, 서울대 판이라는 점에서 과거 이명박 정부 초기 ‘고소영(고대, 소망교회, 영남출신)’, ‘강부자(강남, 부자)’ 위주 내각의 환생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윤 당선자의 장관후보자 8명의 출신별로 보면, 남성 7명 여성 1명, 평균연령 60.5세, 영남(경상도) 출신 5명, 서울대 출신 3명 등으로 구성됐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연 비대위 회의에서 “특권층을 위한 끼리끼리 내각”일며 “국민통합능력중심 내각 구성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약속은 온데간데 없고, 윤 핵관, 보은, 회전문 인사로 채워진 내각 명단을 국민앞에 내놓았다”고 총평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임대왕 한덕수 후보로 첫 단추부터 잘못 꿰더니 결국 윤핵관 내각으로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며 “발표된 인사 면면을 보면 한숨이 더 깊어진다”고 지적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경제부총리) 후보자에겐 “민생경제 정책을 사사건건 발목잡던 기재부 장관 후보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엔 “도민을 무시하고 환경파괴에 앞장선 국토부장관 후보자”, 김현숙 여성부장관 후보자엔 “성폭력 피해자 보호엔 안중에는 여성부장관 후보자”라고 혹평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특히 중앙일보 편집인 출신의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를 두고는 “기자시절 윤비어천가만 쏟아낸 문체부장관 후보자”라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윤 비대위원장은 “청년에게 출산 기피부담금을 물리자던 산자부장관 후보자, 당선인 40년 친구라는 것 외에 검증된 것이 없는 복지부장관 후보자, TK 군부인맥 출신인 국방부장관 후보자까지 윤핵관을 위한 윤핵관의 나라를 예고하고 있다”며 “철학도 국정비전도 국민통합도 없는 윤당선인의 1기 내각 구성은 윤 정부 5년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연 비대위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첫 장관후보자 인선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연 비대위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첫 장관후보자 인선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배재정 비대위원은 박보균 후보자를 지목해 “문체부 장관은 정부의 대변인이자 신문 정책을 총괄하며 특히 한 해 1조 원이 넘는 정부 광고 집행을 책임진다”며 “거대 언론 권력 중 하나인 중앙일보 편집인을 역임한 분이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다 보니 언론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 갑론을박이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배 비대위원은 “특히 지역 언론의 염려가 커지고 있다”며 “수도권 비대화, 수도권 편중은 언론 영역에서도 부작용을 낳고 있고, 지역 언론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공공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이 살기 위해서는 지역 언론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부울경 메가시티 활성화, 공공기관 지역 이전 등 지역 균형 발전 전략에는 지역 언론의 지대한 관심과 이슈 파이팅이 항상 함께해 왔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배 비대위원은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는 조직적인 유가부수 조작의 문제점을 파헤쳐 조중동 3개 신문사에 편중돼 왔던 정부광고 집행 관행을 개혁했다”는 점을 들어 조중동 위주의 유가부수 정책 개혁의 후퇴 가능성도 우려했다. 그는 “여기까지 오는 데 무려 20년이 걸렸다”며 “이제 막 시작된 개혁이 거대 신문사 출신 문체부 장관 탓에 퇴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오후 브리핑에서 “보건과 복지의 균형이 필요한 보건복지부에는 의료인의 외길을 걸어온 분을, 양성 평등 정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부서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야 할 여성가족부에는 경제학자를, 규제와 진흥의 균형이 필요한 산자부에는 ‘규제철폐 지상주의자’를, 언론진흥 정책을 관장할 문체부에는 특정 언론사 경영에 깊이 관여한 분을 임명한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후보자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후보자 지명 이후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윤석열TV 갈무리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후보자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후보자 지명 이후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윤석열TV 갈무리

 

원희룡 국토부장관 후보자에 고 수석대변인은 “부적절하다”며 “원 후보자의 제주 지사 시절 제주 신공항 등 제주도정에 대한 성과를 보면 전문성, 추진력, 협상력 등을 겸비해야 할 국토부 장관에 적합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가 발탁된 이유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와 과장된 정치공세에 앞장섰던 것에 대한 논공행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국정운영 파트너로서의 민주당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일방적인 처사”라고 강조했다.

“경육남 잔치판”, “자리 채우기 급급, 인사기준은 비밀?”

이밖에도 인사기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이번 인사를 두고 “국정운영의 비전의 밑그림도 없이 색칠하기 바쁜 본말전도식 인사였다”며 “자리 채우기에 급급한 주먹구구식 인사발표를 접한 국민들도 어리둥절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영남, 남성, 보수 일색으로 국민통합과 거리가 먼 편중 인사”라며 “캠프 출신 등 제 식구 나눠먹기식 논공행상 코드 인사에 국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할당, 안배 안한다’는 윤석열 당선자의 전날 기자회견 발언에 박 원내대표는 “편중인사 코드인사를 위한 자기변명에 불과했다”며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내각을 꾸리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인수위가 별도의 인사 검증팀을 꾸렸다지만 검증시스템은 비밀이고 당선인 핵심 측근의 작품이라는 소문만 들려온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시스템 인사를 자인한다면 인수위는 즉각 인사검증의 기준이 무엇인지, 어떤 시스템을 통해 검증하고 있는지, 인사검증의 책임자는 누구인지 당당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정의당은 이번 인사를 경육남 잔칫판이라고 규정하고 문제를 질타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11일 대표단 회의 서면 발언을 통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단군 이래 최대 먹튀 사건이라 불리는 론스타 의혹의 몸통 중 한 명”이라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먹튀 과정에서 직접 연관이 있는 부처에서 일했고 론스타 사태를 주도한 건 아닌지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라고 지적했다. 배 원내대표는 “추가 국부유출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혹의 당사자를 경제부총리 후보로 지명한 것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배 원내대표는 원희룡 후보자에 대해서도 “최악의 인선”이라며 “의료 행위가 절대 영리 추구적 행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국민들의 우려에도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 국제병원 설립을 강행으로 의료민영화의 물꼬를 텄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당사자”라고 비판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를 두고 배 원내대표는 “인수위 합류 직후에도 LG 디스플레이 사외이사 재선임을 받아들이는 등 이해 충돌 논란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고,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는 “박근혜 정부 당시 양대 지침을 통한 노동 개악을 주도했던 대표적 반노동 인사”라고 비판했다.

배 원내대표는 “이제 겨우 1차 내각만 발표했을 뿐인데도 벌써부터 자질이 의심되는 후보들이 속속히 드러나고 있다”며 “역량과 도덕성을 우선으로 본 것이 아니라 그저 윤 당선인의 주변 인물들로 자리 나눠먹기 내각이 아닌지 의심이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인숙 정의당 부대표도 “과거 이명박 정부의 소위 ‘고소영, 강부자’ 인사처럼 특정한 지역, 세대, 성별은 물론 시장주의, 규제완화 맹신주의자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며 “그래서 이번 발표에 ‘경육남’(경상도 출신 육십대 남성) 인사라고 문제제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부대표는 “4명 경제관련 인사에서 경제전문가를 전면 배치했다고 하나 시장중심, 규제완화 일면도 인사들도 과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정책을 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자칫 재벌과 부자들만 편들어 주는 편향된 경제정책으로 노동자, 소상공인 자영업자, 서민들만 고통스러운 경제 위기를 감당해야 할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그는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에 경제학자를 앉혀놓은 것을 두고 “식물 여성가족부 만들어 여성가족부 폐지 거수기로 만들 공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여성이 지워지고 다양한 얼굴이 지워진 윤석열 정부의 ‘경육남’ 인사, ‘여성지우기’ 인사 등 시대 역행적 인사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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