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결산] ③ 정진완 회장 "2026년, 늦어도 2028년엔 금메달 나올 것"

장보인 기자 기자 페이지

(베이징=연합뉴스) 패럴림픽공동취재단 = "2026년, 늦어도 2028년엔 금메달이 나올 겁니다. 신인선수 발굴 시스템의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13일 오전 중국 베이징의 메인프레스센터(MMC) 내 콘퍼런스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대회 결산 기자회견에서 '세대교체' 과제와 함께 4년 후를 기약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평창 동계패럴림픽 이후 4년 만에 열린 베이징 대회에 6개 종목(78개 세부 종목) 선수 31명 등 총 79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이달 4일부터 열흘간 중국 베이징, 장자커우, 옌칭에서 치러진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은 동메달 2개를 목표로 했지만, 단 1개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했다.

2014년 소치 대회 '노메달'을 기록한 한국은 안방에서 열린 평창 대회에서 금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획득했으나 8년 만에 '메달 0개'에 그쳤다.

지난해 도쿄 하계패럴림픽 때와 같이 선수단 고령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훈련 및 정보 부족, 신인 선수 부재 등 여러 문제점이 진입장벽이 높은 동계 종목에서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장을 맡은 윤경선 대한장애인컬링협회장은 "우리 선수단은 최선을 다해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비록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의미 있는 대회였다"고 지난 열흘의 여정을 돌아봤다.

윤경선 단장은 "원정 경기 최대 인원을 파견했고, 알파인스키 최사라, 스노보드 이제혁 등 어린 선수들이 패럴림픽 데뷔전을 치르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아이스하키는 평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4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향후 과제로는 "젊은 선수들의 유입을 통한 세대교체, 스포츠과학을 접목한 체계적 훈련 시스템 개발, 동계종목 인프라 확대"를 꼽았다.

박종철 선수단 총감독(이천선수촌장)은 부진에 대해 "출국 직전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며 선수단 내 확진자가 속출했다. 촌내에 모든 경기장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면 보호 시스템이 가동됐을 텐데 그러질 못했다. 특히 아이스하키는 촌내 링크장이 없어 외부 훈련 과정에서 선수들이 고충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부족한 시설을 확충해 좀 더 안전하고 좋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진완 회장도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전지 훈련이 부족했고, 처음 패럴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경기력이 덜 올라왔다"고 말을 보탰다.

유망주 발굴 시스템에 대한 지적에 정 회장은 "전국 장애인 등록 현황을 보면 10∼19세 중 패럴림픽에 출전 가능한 장애 유형은 대단히 적다. 시각, 지체 장애를 통틀어 5천185명(2020년 12월 기준) 정도다. 1년에 10명씩 키워낸다는 각오로 시·도 체육회, 종목연맹 공청회를 통해 효율성 있는 꿈나무 선수 발굴 해법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천편일률적 국가대표 지원 방식에도 혁신을 예고했다.

정 회장은 "국가대표 지원 예산이 절대 적지 않다. 이 예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의 문제"라며 "현재 모든 선수에게 보편적 지원을 하고 있지만 국가대표에 한해선 가능성이 있고 잘하는 선수를 더 많이 지원하는 방식, 국가대표 경쟁력과 자부심을 높이는 방향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기력 강화를 위한 실업팀 창단 논의도 빠지지 않았다.

기업인인 윤 단장은 실업팀 창단과 직장운동경기부 내 장애인 선수 처우 개선을 역설했다.

그는 "기업들이 장애인체육을 더 많이 후원하고,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연맹 회장을 맡거나 후원하는 기업에 대해 정부에서 세제 혜택 등 제도도 강화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지난 11일에야 베이징 현장에 도착한 정진완 회장은 우크라이나, 폴란드, 이탈리아, 일본 패럴림픽위원회와의 '협력'을 경기 외적인 성과로 꼽았다.

특히 동계종목 강국과의 교류를 통한 경기력 향상 계획을 밝혔다.

정 회장은 "우크라이나 패럴림픽위원회와 업무협약(MOU)을 하고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기로 했다. 꿈나무 교류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워보겠다"고 전했다.

또 "윤경선 단장과 함께 세계컬링연맹회장을 만나 2024년 세계선수권 유치에 대한 협의를 완료했다. 2024년 강원 유스올림픽 시점에 맞춘 시설 활용도 논의할 것이다. 귀국 후 정부와 협의를 통해 대회 유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정 회장은 "금메달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면서 4년, 8년 후 청사진을 밝혔다.

정 회장은 "꿈나무 선수들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지원 시스템을 갖춘다면 2026년 밀라노, 2028년 LA에선 보여드릴 수 있다. 2025년엔 교원대에 최초의 장애인체육 특수 중고등학교도 문을 연다. 어린 장애인 선수들도 운동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패럴림픽 중국의 예에서 보듯 10년 이상 선수를 키우고 투자해야 한다. 올해부터 전국 시군구에 반다비 체육센터도 개관한다. 종목단체, 시도체육회와 손잡고 전문체육뿐 아니라 생활체육도 활성화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패럴림픽은 대통령 선거 기간에 열렸다.

장애인체육의 수장으로서 정 회장은 "대통령님뿐 아니라 정부 관계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늘 하나"라며 입을 열었다.

정 회장은 "스포츠는 장애인들을 사회 속으로 이끄는 '교두보'다. 나 또한 사고로 장애를 입고 좌절했을 때 스포츠를 통해 집 밖으로 나왔다. 일도 하게 됐고, 건강해지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한정 짓지 말고 차별 없이 대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는 정 회장은 "올림픽 중계방송이 있으니 패럴림픽 중계방송도 있고, 비장애인 학생들이 운동하고 공부하듯 장애인 학생들도 당연히 운동하고 공부하는 '차별 없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어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통해 바깥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차별 없는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면 좋겠다. 우리는 열심히, 더 잘할 자신이 있다"고 당부했다.

bo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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