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서 '어부지리'...중국이 챙기려는 진짜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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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3.15. 오후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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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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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톺아보기-84]

지난 6일 폴란드 국경검문소 인근 임시 난민수용시설 앞에서 대기중인 우크라이나 어린이들.
러시아의 침공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위기가 3주째에 접어들었습니다. 러시아군은 군사·군시설 이외에 민간인들을 공격하고 원자력발전소도 포격하는 만행을 저질렀는데요. 우크라이나 정부는 2일 시점 최소 2000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고 150만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9일 3차 평화협상도 진전 없이 종료되면서 예측할 수 없는 긴박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개전 직후 소집됐던 유엔총회 긴급특별회의에서는 193개 가맹국 중 141개국 찬성으로 러시아에 대한 규탄결의가 채택된 바 있습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침공을 단행한 러시아의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이 부각됐던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35개 기권국 중에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현재 러시아와 밀월관계에 있는 중국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크라 위기서 중국이 노리는 전략적 목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자세는 겉보기에 '관망과 중재'입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러시아가 침공을 단행한 지난달 24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전화 회담을 했습니다. 왕 부장은 "중국은 각국의 주권과 영토의 일체성을 존중한다"면서도 "우크라이나 문제는 특수한 역사적 경위가 있다. 러시아의 안보 문제에 대한 합리적 관심을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주권이 침해됐다는 점에서 침공을 반대한다는 뜻을 에둘러 밝혔지만 동시에 러시아 입장에 대한 공감도 표명한 겁니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서방의 영향력이 침투하고 '세력 균형'이 흔들린다는 이유로 나토(NATO)의 동진에 줄곧 반대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왕 부장은 1일에는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전화 회담을 갖고 "양국이 교섭으로 해결법을 찾길 촉구하며 국제사회에서 타협이 가능하도록 중국은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중국이 '중국몽' 실현을 위해 야심차게 밀어붙이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유라시아로 뻗어나가기위한 중요 거점국입니다. 중국태평양건설그룹, 화웨이 등 50여 개 중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상태죠.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나토나 EU에 가입하지 않으면서 가급적 러시아의 완전한 지배에도 놓이지 않았으면 하는 게 중국의 속내일 겁니다.

그런데 대외적으로 중립 포지션을 취하는 것과 달리, 국내적으로 중국 매체들은 거의 러시아 정부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0일 미국CNN에 따르면 중국 국영 방송 CCTV는 러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특수한 군사작전'에 불과한 것으로 표현해왔습니다. 또 이번 충돌 배후에는 우크라이나에 생화학무기를 지원한 미국이 있고 푸틴 대통령은 곤경에 처한 러시아를 지탱하는 피해자인 것처럼 묘사됐죠.

11일 전인대 폐막식에 앞서 입장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모습.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열린 5일 왕 부장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전화 회담에서 "나토의 동진으로 러시아 안보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중국에게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은 대미(對美)정책의 일환 입니다. 미국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러시아 라는 체스말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해나갈지와 관련돼 있다고 할 수 있죠.

또 올가을 중국은 5년에 1번 열리는 최대 행사인 당대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외교력을 발휘하고 해결에 대한 공을 국내외에 어필하고 싶을 겁니다.

이런 것들을 감안했을 때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중국의 전략적 목표를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관망과 중재'로 깊숙이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위기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선전할 만한 성과를 남긴다. 둘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어느 쪽과의 관계 악화도 피하면서 자국 경제에 있을 수 있는 악영향은 최소화한다. 셋째, 대만 유사 사태를 상정해 미국이 어느 정도의 속도와 강도로 개입하고 중국이 받을 경제·금융 제재가 어느 정도일지, 또 국내외 여론은 어떻게 반응할지 분석하는 계기로 삼는다.

정상회담으로 더 밀착한 중·러…에너지 협력 강화

지난달 4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난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사진=연합뉴스]
시주석은 지난달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 날 푸틴 대통령과 38번째 중·러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시 주석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의지를 미리 파악하고 있었을 거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일 중국측이 러시아의 침공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으며 올림픽 기간에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7일 일본 아사히신문도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며 "상황에 따라 무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알았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NYT 등의 보도에 중국 당국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상호 교류에 관한 15개 항목에 합의했는데, 여기엔 다음과 같이 에너지 관련 사항들이 포함됐습니다.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와 세계 최대 천연가스기업 러시아 가스프롬의 극동 천연가스 거래, 중국 서부 연탄공장에 제공하는 러시아 원유 판매 보장에 대한 협력, CNPC와 러시아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의 저탄소 발전 분야 제휴 등이 그것입니다. 이로써 러시아는 중국과 매년 380억㎥씩 수출하기로 했던 천연가스 양을 100억㎥ 늘린 480억㎥씩 수출하게 됐고, 원유도 향후 10년간 1억t을 더 송출하게 됐습니다.

러시아에 중국은 '깐부'…서방 제재에 대중 의존도 심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노르드스트림.
현재 유럽은 에너지 수입 상당량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2020년 기준 EU의 러시아 의존도 원유 29%, 기타 석유제품 39%, LNG 15%, PNG 37%). 2011년부터 가동 중인 러시아·독일 간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에 이어 지난해 9월 완공된 '노르트스트림2'도 가동될 예정이었죠. 하지만 미국, 영국에 이어 독일을 필두로 한 EU도 제재 실효성을 이유로 논의끝에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수입을 감축해나가기로 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중국이라는 '뒷배' 덕에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금수조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오히려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만 높이는 결과가 예상되고 있죠. 이렇게 보면 우크라이나 침공 후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에게 세계 경제 2위 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깐부' 같은 우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러시아에게 중국은 12년 연속 최대 무역 파트너이며, 지난해 양국 간 무역액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9486억위안(1500억달러)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달러는 줄고 위안과 유로화는 늘어난 러시아 외환 보유고. [그래픽=조보라]
러시아는 현재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통신망에서 배제돼 사실상 달러를 통한 무역을 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또 루블화와 주가, 채권 가치까지 급락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대응책으로 중국 위안화 거래 의존도를 높일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중국이 위안화와 루블화의 통화스왑 등으로 러시아를 지원한다면 러시아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한층 더 커지게 됩니다. 이미 양국은 2016년부터 석유무역에서 위안화 거래를 조금씩 늘려왔습니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에너지 거래는 달러 대신 유로화로 결제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 우한대 류잉(劉瑛) 교수는 최근 중국 포탈 텅쉰(騰訊·텐센트)망에 "양국이 달러 대신 유로 결제에 합의해 공동으로 미국에 반격할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러시아는 미국의 경제 제재 타격을 줄이고, 중국도 달러 의존도를 줄여 향후 있을 수 있는 미국의 제재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패권 노리는 中, 안정도모하면서도 美와 격차 줄일 수 있는 기회모색

11일 전인대 폐막후 기자회견하는 리커창 총리.
전인대 첫날 리커창 총리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5% 전후로 밝혔습니다. 지난해 목표치 6.0%에서 하향 조정한 겁니다. 리 총리는 "생필품 가격이 뛰고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이 제약을 받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중국 경제에의 여파를 암시했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 옥수수 2800만t을 수입했는데 이는 중국 전체 옥수수 수입량의 80%에 달합니다. 식량,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기업의 수익 저하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만큼 경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 불안은 국내 정치에 안 좋게 작용할 테고 중요한 정치행사를 앞둔 시진핑 정권으로서는 모든 불안 요소를 제거하고 싶을 겁니다.

한편, 공산당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패권국을 노리는 중국이 미국과의 차이를 좁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서방, 특히 미국이 유럽 위기대처에 고심하며 국력을 소모하는 동안 아무래도 중국에 대한 견제는 느슨해지기 마련입니다. 중국이 이 틈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한다면 국력차를 좁일수 있으며 또 그래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알리바바에 이은 중국 2위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닷컴(京東商城·JD.com)에서는 최근 러시아 상품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를 두고 중국의 국력 증강과 패권국 등극이라는 열망에 공헌하고 있는 러시아의 경제를 지원하자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중국몽' 달성에 가장 큰 장애가 되는 미국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 선점에 도움이 되는 러시아에 대한 태도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물론 우크라이나 위기로 인한 정세가 중국의 이익대로 전개되리란 법은 없습니다. 다만 근래 발생했던 국제적인 큰 사건들(아시아 금융위기, 리먼브러더스 쇼크, 코로나19 위기 등)을 기회로 살려온 중국인 만큼 분명 이번 사태에서도 그런 계기를 위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토요일 연재되는 '한중일 톺아보기'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관련된 크고 작은 이슈를 살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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