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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저주' 진첸코 울렸다, 프리미어리그 경기장 놀라운 광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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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프리미어리그 맨시티와 에버턴이 우크라이나 지지를 표시하자 눈물 흘리는 우크라이나 출신 진첸코. [사진 중계화면 캡처]

프리미어리그 맨시티와 에버턴이 우크라이나 지지를 표시하자 눈물 흘리는 우크라이나 출신 진첸코. [사진 중계화면 캡처]

27일(한국시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열린 영국 리버풀의 구디슨 파크.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은 우크라이나 국기와 ‘No War(전쟁은 안돼)’가 새겨진 상의를 입고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에버턴 선수들은 파랑과 노랑색의 우크라이나 국기를 몸에 두르고 나왔다.

우크라이나 국기를 두르고 나온 에버턴 선수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기를 두르고 나온 에버턴 선수들. [AP=연합뉴스]

맨시티 선수들은 우크라이나 국기와 'no war'가 새겨진 옷을 입고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로이터=연합뉴스]

맨시티 선수들은 우크라이나 국기와 'no war'가 새겨진 옷을 입고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로이터=연합뉴스]

관중석에는 ‘우리는 우크라이와 함께 한다’는 걸개가 걸렸고, 전광판에는 ‘STOP Putin(멈춰 푸틴)’이란 문구가 나왔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함과 동시에 우크라이나 국민을 응원하겠다는 의미였다. 경기장에 더 홀리스의 ‘He ain't heavy, he's my Brother’가 흐르자, 형재애를 느낀 진첸코가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경기 전 워밍업 때 진첸코(왼쪽)는 같은 우크라이나 출신 에버턴의 비탈리 미콜렌코에 달려가 포옹을 나눈 뒤 서로에게 몇 마디 위로를 건넸다. [AP=연합뉴스]

경기 전 워밍업 때 진첸코(왼쪽)는 같은 우크라이나 출신 에버턴의 비탈리 미콜렌코에 달려가 포옹을 나눈 뒤 서로에게 몇 마디 위로를 건넸다. [AP=연합뉴스]

앞서 워밍업 때 진첸코는 같은 우크라이나 출신 에버턴의 비탈리 미콜렌코에 달려가 포옹을 나눈 뒤 서로에게 몇 마디 위로를 건넸다. 팬들은 둘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앞서 우크라이나축구대표팀 주장 출신 진첸코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장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죽길 바란다”는 글을 올렸으며, 맨체스터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에도 참여했다.

진첸코와 미코렌코는 교체 명단에 포함됐지만 결장했다. 경기에서는 맨시티가 1-0으로 이겼다. 두 팀은 그라운드에서 적으로 만났지만 평화 앞에서 하나가 됐다.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경기 전 “만약 당신의 나라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라며 진첸코를 지지했다. 에버턴의 프랭크 램파드 감독도 “에버턴과 맨시티에는 우크라이나 선수가 있으며, 우린 그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왓포드 선수들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우크라이나어, 러시아어 등 여러 언어로 ‘평화’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랄프 랑닉 맨유 임시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애스턴 밀라의 매티 캐쉬는 브라이튼전 득점 후 ‘힘내 형제여’라고 적힌 속옷 상의를 보이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우크라이나 디나모 키예프에서 뛰는 폴란드 대표팀 동료 토마스 케드지오라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폴란드축구대표팀 보이콧을 지지한 축구스타 레반도프스키. [로이터=연합뉴스]

폴란드축구대표팀 보이콧을 지지한 축구스타 레반도프스키. [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 스포츠계가 러시아 규탄에 동참했다. 폴란드축구대표팀은 러시아와 2022년 카타르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PO)를 앞두고 보이콧을 선언했다. 체자리 쿨레샤 폴란드축구협회장은 26일 트위터에 “더 이상 말이 필요 없고 행동을 할 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이 고조됨에 따라 폴란드는 PO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타르월드컵 유럽 예선은 각 조 1위 10팀이 본선에 직행했고, 조 2위 10팀 등 12팀이 PO를 치러 남은 3자리를 다툰다  4팀씩 준결승과 결승을 치르는데, 폴란드와 러시아가 다음달 24일 러시아에서 맞붙고, 러시아가 이기면 스웨덴-체코와 맞붙는 대진이다.

러시아와 먼저 맞붙는 폴란드가 총대를 멨다. ‘폴란드 축구스타’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도 트위터에 “옳은 결정이다. 우크라이나를 향해 계속 공격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러시아 축구대표팀과 경기를 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할 수 없다”고 결정을 지지했다.

이어 스웨덴 축구대표팀도 “러시아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침략으로 축구 교류가 불가능해졌다. 다음달 러시아가 참가하는 PO를 취소할 것을 촉구하며, FIFA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우리는 러시아와 경기 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스포츠계가 러시아를 ‘손절’하고 있다. 앞서 맨유는 10년간 후원을 받아온 러시아 항공사 아에로플로트와 계약을 중단했다. 또 독일프로축구 샬케04는 메인 스폰서인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즈프롬 로고를 유니폼 셔츠에서 지우기로 했다. 올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5월29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고향’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가즈프롬 아레나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럽축구연맹(UEFA)이 최근 장소를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드 프랑스로 바꿨다.

전쟁 반대 메시지를 적는 러시아 테니스 선수 루블료프. [사진 중계화면 캡처]

전쟁 반대 메시지를 적는 러시아 테니스 선수 루블료프. [사진 중계화면 캡처]

러시아 스포츠 선수들도 전쟁 반대 목소리에 동참했다. 러시아 테니스 선수 안드레이 루블료프는 25일 두바이 챔피언십 준결승 승리 후 중계 카메라에 ‘No War Please(전쟁은 안된다)’라고 썼다. 푸틴 대통령 지지자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러시아 출신 수퍼스타 알렉스 오베츠킨도 “전쟁이 빨리 끝나고 평화가 오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포츠대회도 ‘러시아 패싱’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러시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포뮬러원(F1) 그랑프리, 국제유도연맹 그랜드슬램 등 대회들이 줄줄이 취소나 연기됐다. 국제체조연맹도 러시아와 벨라루스 대회를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첼시의 로만 아브라모치 구단주. [AP=연합뉴스]

첼시의 로만 아브라모치 구단주. [AP=연합뉴스]

한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FC의 러시아 출신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56)는 구단 운영을 첼시 재단에 맡기고 의사 결정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26일 밝혔다. 푸틴과 긴밀한 관계로 알려진 아브라모비치가 첼시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두 손을 들었다. 러시아 석유재벌인 아브라모비치는 재산이 100억 파운드(16조2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으며, 2003년 첼시를 인수해 3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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