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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성폭력 피해자도 법정에 세워라"…2차 가해 우려

입력 2022-01-2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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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6살 어린 아이에게 법정에 서서, 그것도 가해자 측이 다 보는 앞에서 성폭력 피해를 진술하라고 하면 어떨까요. 아이가 받을 2차 가해, 상처를 생각하면 재판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을 막으려고 미성년 피해자는 법정에 직접 안 나와도, 피해 진술을 찍은 영상을 증거로 인정해줬는데요. 이제는 가해자가 원하면 아무리 어려도 법정에 서야 합니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라는데..이게 맞는 방향일까요? 박지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유남석/헌법재판소장 : (성폭력처벌법 중) 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가 진술한 영상을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하는 걸 제한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제 미성년 피해자도 재판에 직접 나와서 피고인 측의 질문을 받아야 합니다.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까진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에서 받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재판 전에 진술한 내용도 증거로 인정해왔습니다.

헌재의 판결로 이제 초등학생 성폭력 피해자도 법정에 서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오선희/'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 자문위원 : 피해자가 여전히 낯선 어른들 앞에서 반복 회상하고, 반복 진술하고…공격적인 질문을 받는 건 변하지 않는 거죠. '너 왜 그때 도움을 청하지 않았어'.]

수사기관이 2차 피해의 빌미를 준 일도 있습니다.

JTBC는 지난해 한 검사가 재판과정에서 스쿨미투 피해자 A씨의 성을 노출한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가해 교사는 피해자가 누군지 알게 되자 A씨의 부모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트릴 수 있는 일을 꾸몄다" "A씨는 용서 받지 못할 것이다"

법정에서 마주친 가해 교사의 가족들은 A씨를 붙잡고 "가정이 무너질 위기"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런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성폭력 피해자의 신원은 수사부터 재판까지 알려지지 않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권익위는 이 검사에 대해 검찰총장에게 징계를 요청했습니다.

해당 검사는 권익위에 "정신적 피해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재판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온 조치였다"는 취지로 해명했습니다.

A씨를 힘들게 한 건 신원 노출로 인한 2차 피해 뿐만이 아닙니다.

[A씨 : (피고인 측 변호사가)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갔던 수학여행이 생각나냐는 거예요. 그 선생님이 친구들과 저를 사진 찍어준 게 있는데 '선생님이 만질 정도면 거부감이 들어서 사진 찍는 걸 거부했어야 했는데'라고…]

재판에 불려가 답변하는 과정 자체가 정신적으로 힘들었단 겁니다.

[조영신/A씨 법률대리인 : 수사기관이나 재판 과정에서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얼마나 소홀히 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사건이었다.]

최근 법원 토론회에선 대안으로 해외사례가 나왔습니다.

북유럽처럼 피해자가 수사기관과 법원을 오갈 필요 없이, 피해자가 있는 곳으로 검사와 판사가 찾아오게 하자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이런 제도가 도입되려면 새롭게 법이 만들어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 변경태 / 영상디자인 : 강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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