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30대 하청 노동자, 중장비에 끼여 숨져···“입사 보름됐는데 안전감시자 겸해”

백경열·고영득 기자

병원 긴급 후송…치료 중 사망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입사 후 보름밖에 되지 않은 하청업체 노동자가 중장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숨진 노동자는 현장에서 안전관리 역할도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포스코·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9시47분쯤 포스코 포항제철소 3코크스 공장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A씨(39)가 석탄 운반기기인 ‘장입차량’에 끼인 뒤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동료들은 A씨를 발견한 뒤 119에 신고했다. 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치료를 받던 A씨는 이날 오전 10시43분쯤 끝내 숨졌다.

A씨는 포스코와 단기계약을 맺은 건물설비·설치공사업체 소속이다. 그는 이날 오전 8시쯤부터 동료 6명과 함께 스팀배관 보온 작업을 벌였다. 노동자들은 지상크레인 운전자(1명), 안전지킴이(1명), 상부작업자(5명·2개조) 등으로 역할을 나눠 일하고 있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제공

사고 당시 A씨는 지상에서 배관 형태의 보온자재(보온함석)를 위쪽에 있는 노동자에게 전달하는 업무를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석탄을 담아 코크스(석탄가루를 고열 처리해 만든 덩어리) 오븐으로 옮기는 중장비인 장입차량 인근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동료들과 작업을 진행중이던 곳에서 10m가량 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었다.

장입차는 무게가 약 30t에 이르는 대형장비로, 비상 시를 제외하고는 궤도를 따라 자동으로 움직인다. 노조는 이 장비의 이동 속도가 사람이 걷는 수준보다 느린, 초당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A씨와 동료들은 포스코 안에서 보온 작업을 열흘가량 벌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코크스 등 생산설비의 배관이 파손되지 않도록 보온재를 감싸는 작업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현장에서 A씨의 직책이 ‘안전감시자’였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숨진 노동자 A씨는 보온공 신분으로 하청업체에 출근한 지 보름쯤 된 신입직원이었다. 하지만 그는 현장에서 보온 작업과 안전관련 업무를 동시에 맡아야 했다.

현재 포스코는 원청과 하청업체 모두에게 안전관리 역할을 총괄하는 ‘안전지킴이’를 정해 현장 작업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A씨의 작업 현장에는 안전지킴이가 별도로 1명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청업체는 A씨가 숙련공이 아니었던 만큼, 안전관리 업무를 보조로 맡는 안전감시자라는 직책을 맡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조는 포스코가 작업 시 안전관리만을 전담으로 담당할 인력을 필수 배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하청업체에서 이를 온전히 지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한대정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장은 “현장에 안전지킴이를 배치하지만, 영세한 하청업체에서 안전 업무만 담당하도록 직원을 세워두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원청업체가 안전관리 업무를 전담하게 하거나 하청업체의 (안전관리 등에 따른) 임금을 올려주지 않는 이상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서효종 전국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포스코 내의 생산설비가 위험하고 끼임사고들이 해마다 발생하고 있었지만 또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포스코는 중대재해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조치 방안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A씨가 작업하던 곳은 장입차량의 운행 반경에는 속하지 않은 곳이었던 것으로 노조는 파악했다. 하지만 그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된 곳은 장입차량이 가동 중인 곳이었다.

제철소 측은 폐쇄회로(CC)TV와 현장 노동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A씨가 사고 장소로 이동한 경위와 원인, 장입차의 작동방식 등을 확인 중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사고대책반을 설치해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과 사고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재발방지 및 보상 등 후속 조치에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 불의의 사고로 희생된 노동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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