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부동산 매수세 무섭네"...한국 이어 일본도 '차이나 머니'에 '벌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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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2.07. 오후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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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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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톺아보기-77]

※ '한중일 톺아보기'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관련된 크고 작은 이슈를 살펴보는 연재코너입니다.
중국인 등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기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취득·과세와 관련해 내국인 역차별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요점은 세금 등 각종 규제로 내국인들의 부동산 거래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들이 투기로 득을 보고 시장도 왜곡시킨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논란은 옆나라 일본에서도 예전부터 발견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차이점이라면 일본의 경우 아파트 등 주택보다도 산림 임야 등 토지에 대한 주목도가 더 높다는 것 정도입니다. 관광업과 교통의 요지로 유명한 홋카이도와 니가타현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관광 명소로 알려진 홋카이도는 일본 최대 식량 공급지로서 농경지 면적이 일본 전 국토의 25%에 달하고 삼림이 우거진 덕에 일본 내에선 좋은 식수 공급지로 꼽힙니다. 그런 이곳에서 외국, 특히 중국 자본의 투기 논란이 불거진 지 오래입니다. 홋카이도의 수원지와 농지가 해외 자본에 팔려나가고 있다는 의심과 보도가 잇따르면서 일각에선 "홋카이도가 중국의 32번째 성이 될지 모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일본 국회에선 반시장적이고 개인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우려에도 해외 자본에 의한 중요 지역의 토지 이용을 규제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법안은 군사시설이나 국경 근처의 토지, 공항, 항만 등 안보적으로 중요한 지역 주변의 토지 매입 등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간단하게 중국으로 대표되는 외국 자본의 부적절한 토지 소유 제한을 겨냥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기도 하죠.

2015년 전후 중국 자본 매수세 폭증한 홋카이도

[그래픽=조보라]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홋카이도에는 중국인이 하도 많아 일본 땅인지 중국 땅인지 모르겠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특히 중국 기업이 나가노현에 있는 유명 관광시설 '호시노토마무' 리조트를 인수한 2015년 전후를 기점으로 중국 자본의 부동산 매수 증가세가 뚜렷해졌죠. 주민들이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매수에 적극 응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홋카이도 각지로 확산됐는데, 특히 고령화로 한계 취락(공동체로서 기능 유지가 한계에 이른 마을) 문제가 심각한 북부지역에서 토지가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팔려나갔습니다.

지난 8월 일본 농림수산성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대비 올해 해외 자본에 의한 일본 내 삼림 매입 면적은 4.2배 급증했습니다. 국적별로는 중국 자본 비중이 41%로 가장 많았는데, 매입된 토지 건수의 약 80%가 홋카이도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죠. 해당 자료를 근거로 할 때 중국 자본에 의한 일본 부동산, 특히 홋카이도 삼림에 대한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진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선 해당 수치가 일본 내 중국 자본 규모의 일부일 뿐 일본인 등의 명의를 빌려 사놓은 것까지 감안하면 더 많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또한 홋카이도의 삼림과 농지가 집중적으로 팔려나가다 보니 향후 식량 확보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한편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자 갈 곳 잃은 자금이 중국 역외로 한층 더 쏠린다는 보도들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인지 일본도 홋카이도뿐 아니라 도심부 등 다른 부동산 자산에 대한 매수세로 번지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후쿠오카 니시니혼신문(西日本新聞)에 따르면 최근 중국 부유층과 투자회사가 구마모토 시내 부동산을 매입한 사례가 복수 확인됐으며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 경계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죠.

中자본 제주도 투자 비중 줄었지만…보유 면적 여전히 국내 최대

슷자 단위는 천㎡ [그래픽=유제민]
이렇게 보면 홋카이도는 일견 과거 제주도와도 유사한 면이 있어 보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제주도의 중국 자본은 오랜 논란거리 입니다. 제주도는 2000년대 초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한 국제자유도시 출범과 무비자 입국 등에 이어 2010년 투자액에 따라 영주권을 주는 '부동산 투자 이민제'를 실시하면서 중국 자본 진출이 본격화됐습니다. 관광객 숫자도 지속적으로 늘어 비록 한한령 이후 코로나19까지 겹친 지금은 찾아볼 수 없지만 한때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전체 해외 관광객의 90%를 차지하기도 했죠.

해외 자본의 유입과 함께 제주도의 연간 토지 거래량도 늘어 2006년에서 2015년 사이 4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중국인들의 국내 부동산(집합건물) 투자 중 제주도 비중도 2014년 23%로 정점을 찍었죠. 하지만 이후 급감하기 시작해 올해에는 1.5%에 불과했습니다.

2014년 원희룡 지사가 취임하면서 현재까지 추가로 중국 자본 투자가 유치된 건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국적자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 토지 보유 면적에서 제주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46%(914만3000㎡)로 비율상 여전히 압도적이었습니다. 이는 2011년(34%·124만5000㎡) 대비 12%포인트 늘어난 수치입니다.

한편 현재 제주도에 들어와 있는 중국 자본은 중국 당국의 외환 유출 억제에 따른 자금 조달, 환경 파괴, 지역사회 갈등 문제로 추진 사업 상당수가 좌초하거나 표류 중입니다. 이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진지한 고민과 대책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해외 자본을 유치한 결과라는 한탄이 나오고 있죠.

중국인 국내 아파트 취득 11년 새 27배↑…'차이나 머니'의 힘

해당 자료에서 `아파트`는 등기 상 `집합건물`에 해당하는 오피스텔, 다세대 등도 포함한다. [그래픽=조보라]
이미 수차례 보도됐듯 최근 외국인들의 국내 아파트 취득 증가세는 두드러집니다. 지난달 25일 서울대 이수형 교수팀은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동향과 관련된 다섯 종류의 빅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발표했습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올 한 해 외국인들의 국내 아파트(집합건물) 취득은 2010년 대비 5배(400%·연환산 기준) 늘었습니다. 토지 및 건물에 대한 취득 증가율 대비 4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이 중 중국인의 취득 증가율은 27배를 넘어(2663%) 뉴질랜드(279%) 캐나다(265%) 미국(68%) 등 다른 국적의 외국인들을 크게 압도했습니다.

같은 기준 건수로 보면 올해 외국인이 취득한 아파트는 총 1만7638건입니다. 국적별로는 중국 1만639건(60.3%), 미국 3186건(18.1%), 캐나다 1627건(9.2%) 순으로 역시 중국 국적자의 취득 건수가 현저히 많게 나타났습니다. 중국인 비중은 11년 새 11%에서 60%로 49%포인트 상승한 데 반해 미국인 비중은 54%에서 18%로 36%포인트 감소한 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래픽=유제민]
2010년부터 올 10월까지 누적으로 봤을 때 국내 아파트를 취득한 외국인 비중은 중국(55%) 미국(23%) 캐나다(8%) 대만(3%) 순이었습니다. 해당 기간 중국인 등 외국인들이 취득한 아파트의 약 80%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고 총거래량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서 5.1%로 급증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에 일조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해당 분석 결과에 대해 이수형 교수팀은 "외국인 투자로 인한 집값 상승 우려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라면서도 주택가격이 급등하고 거래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시장 교란을 부를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수형 교수는 "90년대 민간부문 단기 외채 발행이 급증했지만 모니터링에 실패했고 IMF를 겪었다"며 "부동산 투자로 유입되는 외국 자본에 대한 기관간 긴밀한 협조와 적시성 있고 통합적인 모니터링"을 강조했습니다. 또 "캐나다, 호주 등에선 이미 외국인 부동산에 추가 세금 부과나 거래승인제 도입 등 주거비 상승 억제를 위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며 해외 선례파악후 정책을 조정할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지난해 정치권에선 외국인 주택 거래에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법률 개정이 추진됐으나 국제법상 상호주의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의견 등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이 중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건 중국인에 비해 제도적으로 어려운 데다 중국에서 부동산 구매란 소유권이 아닌 장기 사용권일 뿐이어서 오히려 이런 점이 상호주의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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