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따로 사는 곳 따로…지방에도 ‘통근전철’ 안 될까요?

배문규 기자

메트로가 필요해

지난 12일 경남 창원시 불모산에서 내려다본 창원 시내의 모습. 퇴근 무렵 창원공단(왼쪽)과 주거지역(오른쪽)을 가르는 창원대로를 메운 차량들의 불빛이 길게 선을 이루고 있다. 김해와 부산으로 향하는 창원터널(아래쪽)로 차량들이 몰려들고 있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는 단절된 거점 도시들을 ‘모터(차량)대신 메트로(통근 전철)’로 연결해 뭉치도록 하자는 것이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지난 12일 경남 창원시 불모산에서 내려다본 창원 시내의 모습. 퇴근 무렵 창원공단(왼쪽)과 주거지역(오른쪽)을 가르는 창원대로를 메운 차량들의 불빛이 길게 선을 이루고 있다. 김해와 부산으로 향하는 창원터널(아래쪽)로 차량들이 몰려들고 있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는 단절된 거점 도시들을 ‘모터(차량)대신 메트로(통근 전철)’로 연결해 뭉치도록 하자는 것이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인프라와 주거가 분리된 동남권…‘통근 전철’은 절실한 삶의 문제

박준용씨(24)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에 사는 진해 토박이. 대학을 휴학하고 회사에 다니고 있다. 김해 출신 전해선씨(23)는 창원의 대학에 진학해 학교 부근 사림동에서 자취하고 있다.

“창원·부산 직선거리 50㎞ 남짓
광역 대중교통망 구축 안 돼서
차 없으면 출퇴근 할 수가 없어”

환승할인 없어 교통비 부담에
바로 옆 도시 통학도 엄두 못 내

박준용 = 용원신도시는 STX조선해양 덕에 커졌어요. 10년 전만 해도 밤이면 먹자골목에서 조선소 직원들끼리 어깨가 부딪칠 정도였는데 이젠 활기가 다 죽었죠. 대학 안 가고 STX 훈련생을 하거나 녹산공단 르노삼성에도 많이 취업했는데, 다 어렵잖아요. 요즘은 고등학교 졸업하면 아무튼 서울로 가겠대요. 망해도 서울에서 망하겠다고. 진해고가 80년 된 명문인데 저랑 띠동갑 선배부터는 동창회를 못 연대요. 서울 가서 소식 끊기고 먹고살기 힘드니 조직이 어렵다는 거죠.

전해선 = 지방에 있으면 조바심이 나요. 창원에서 제일 좋은 일자리가 LG 창원공장인데 떠나겠다는 걸 억지로 붙잡아 놨잖아요. 쿠팡 물류센터를 김해에 유치하느라 경남도에서 돈을 엄청 썼대요. 그렇게라도 안 하면 일자리가 있을 수 없죠.

박준용 = 고향서도 생활을 꿈꿀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여기선 취업하고 처자식 굶기지 않고 노후 준비하는 ‘정상가족’이 어려워요. 갈 만한 기업이 없고 갈 만한 데는 마흔만 돼도 나가라 하니까요.

전해선 = 부산 정도면 생활권이 괜찮거든요. 지하철도 있고 문화시설도 다양하고, 교통만 편해져도 할 수 있는 게 많아지지 않을까요.

지난달 7일 창원시의 경남청년센터에서 만난 두 사람은 경남청년정책네트워크의 동남권 메가시티팀에서 활동 중이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을 한 시간 이동 생활권이 가능하도록 연결하는 초광역권을 의미한다. 이동이 쉬워지면 인근 지역과 자원을 공동 활용해 산업·일자리의 확장을 꾀할 수 있다. 목표는 수도권 일극체제의 극복. 수도권(도쿄권) 외에 오사카권, 나고야권을 둔 일본처럼 수도권에 버금가는 지역 거점을 만들자는 구상이다. 부·울·경을 합치면 인구 800만명에 지역내총생산(GRDP)은 280조원으로 웬만한 국가 규모다. 수도권에서는 단신 정도로 취급되는 구상이지만 비수도권에선 현실성 있는 전략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공기관과 대학의 지방 이전, 혁신도시 조성 등 기존의 균형발전 대책으론 ‘수도권 팽창-지방 소멸’을 막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지방자치단체들을 뭉치도록 했다. 대도시-지방도시-농어촌을 교통망으로 압축해 수도권에 맞서는 다극체제를 만들어야 지방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메트로가 필요해

부·울·경, 1시간 생활권 돼야
자원 활용으로 일자리 등 창출
그 첫 단추가 ‘부전~마산선’
완공 땐 93분→38분으로 단축

“창원과 부산의 직선거리는 50㎞도 안 되지만 마음의 거리는 500㎞입니다. 자동차가 없으면 출퇴근이 안 돼요.” 송기욱 경남연구원 연구전략실장이 강조하는 동남권 메가시티의 토대는 “광역 대중교통망을 통한 부·울·경의 연결”이다. ‘모터(motor) 대신 메트로(metro)’, 부·울·경 간에 ‘통근 전철’을 깔아 판교에서 강남 가듯 다니기 쉽게 하자는 것이다.

그 첫 단추가 2022년 완공 예정인 ‘부전~마산선’이다. 부산 번화가 부전역과 창원 구도심인 마산역을 잇는 50㎞ 복선전철이다. 현재의 철도 노선은 마산에서 북쪽 삼랑진역(밀양)으로 우회했다가 내려온다. 87㎞ 구간에 소요시간은 1시간33분. 일제강점기에 부설해 구불거리는 노선이라 시간이 꽤 걸린다. 새로 깐 직통노선에 준고속열차가 다니면 운행시간은 38분으로 단축된다. 문제는 준고속열차의 요금이 6200원으로 비싼 데다 환승도 안 되고, 90분에 1대꼴이라는 점이다. ‘통근 전철’과는 거리가 멀다. 경남도는 전동열차 4편성을 추가해 운행 횟수를 늘리고 요금도 2250원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사업비는 381억원이지만 국토교통부의 타당성 검토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비용 대비 편익이 작다는 것이다.

“수도권 GTX는 1시간을 20분으로 단축하는 거잖아요. 서울은 눈 아플 정도로 철도망이 촘촘한데도 국비 십수조원을 들여 또 철도를 깔면서 경남은 300억원도 못 주니 알아서 하라고 합니다.”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은 1등 국민, 비수도권은 2등 국민이라는 한탄이 나올 정도입니다.”

‘통근 전철’은 동남권에서 절실한 생활 문제다. 집이 있는 진해에서 부산 괴정동에 위치한 대학에 다니는 박준용씨는 하루 대중교통 요금만 8000원이다. 집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부산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에서 환승해 학교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50분 남짓이지만 환승할인이 안 된다.

경남 청년 유출, 4년 새 3배로
도시들 연결해 시너지 창출해야

전해선씨는 김해시 장유동에서 창원으로 통학할 적엔 아침에 1시간에 1대꼴로 오는 버스를 타고 1시간을 가야 했다. 자동차로는 20분 거리다. 입석 금지라 자리가 차면 버스가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기 때문에 회사원들 출근 시간과 겹치는 아침 수업에 늦지 않으려면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했다. 김해 동부에선 창원까지 2시간이 걸리니 바로 옆 도시라도 통학할 엄두를 못 낸다.

경남도는 ‘통근 전철’의 필요성을 다음 사례로 설명한다. 최근 유행하는 바버숍이 창원에 생기자 도지사가 방문했다고 한다. 점장은 통근이 힘들어 부산에서 반년간 방을 얻어 미용기술 학원을 다녔다고 했다. 창원 도심에서 부산역까지는 약 40㎞, 서울 시청역에서 수원역 정도의 거리다. 바로 옆 도시인데도 교통이 불편하니 ‘어차피 방을 구할 거면 아예 서울로 간다’는 말이 나온다. 목포, 순천에서 광주를 오가기 불편한 호남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방 청년들이 탈출하는 데는 교통망 불편이 의외로 크다. 경남에서 타지로 떠난 20~30대 청년(순유출)은 2015년 6000명에서 2019년 1만8000명으로 3배가 됐다. 의령군 인구가 2만7000명이니 1년 반마다 군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

교통인프라 확충은 ‘기회의 확장’을 의미한다. 동남권은 인구 340만명인 부산에 문화·교육·금융 인프라가 제법 갖춰져 있지만, 서비스 업종을 제외하면 일자리가 마땅치 않다. 창원·김해에는 제조업 일자리가 많지만, 정주 여건이 떨어진다. 전철로 연결되면 단절된 도시들 간의 약점을 보완하고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버스로는 정시성과 수송 능력이 떨어진다. “수도권도 철도망을 따라 도시들이 확장했잖아요. 교통은 음식을 담는 접시 역할을 하는 것이죠.”

수도권 철도 노선 연장(2018년 기준)은 1167.3㎞에 역은 678곳인 반면 동남권은 163.5㎞에 150곳에 불과하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수도권 또는 수도권 연결 철도사업 국가예산 총합은 10조9000억원인 반면 비수도권 간을 연결하는 사업은 4조3690억원으로 절반에 못 미쳤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중앙정부 광역철도 예산 3조3535억원(94.3%)이 수도권에 투입됐고, 비수도권에는 2044억원(5.7%)만이 투입됐다. 서울~충남 천안, 서울~강원 춘천까지 한 번에 전철로 이동할 수 있지만, 비슷한 거리인 창원~울산은 대중교통을 여러 번 갈아타야 한다. 창원시청에서 서울시청까지 3시간이면 닿을 수 있지만, 창원시청에서 부산시청으로 가려면 대중교통으로 2시간30분이 걸린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종적 구조는 교통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불균형의 극복은 ‘예타(예비타당성조사)’라는 벽에 번번이 부딪혔다. 재정당국은 사람도 없는 곳에 무슨 전철이냐는 식이다. 하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동일 기준으로 판단하면 격차가 해소될 수 없다. 예타는 경제성을 중시하는데 수요(승객)가 있기 때문에 공급(철도망)해야 한다는 논리로만 판단하면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에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지방의 경우 공급(철도망)을 통해 수요(승객)가 창출될 가능성을 전향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1000명과 비수도권 1000명 이용의 편익을 똑같이 취급하면 안 됩니다. 수도권 1000명은 모여 있지만, 지방 1000명은 흩어져 있잖아요. 지방은 사람을 모으기 어려우니 인구밀도 대비 이용 등 계산 방식 자체를 바꿔야죠.”

‘지방에 살려면 자동차가 있어야 한다’는 말 자체가 차별 아닐까. 같은 세금을 내면서 비수도권은 수도권처럼 대중교통을 향유할 수 없으니 말이다. “지난 50년 동안 한강의 기적으로 발전했다면, 앞으로는 낙동강도 영산강도 필요합니다. 분산을 위해 뭉치려는 겁니다.”

■메가시티 교통망은 ‘기회의 확장’…당국선 “인구 적은데 무슨”

제조업과 ‘4차 산업혁명’

서울 중심 종적구조 교통서 확연
예산 신청, 번번이 심사서 좌절
인구밀도 대비 등 계산 달라져야

한국 제조업 중심지였던 동남권
2009년 금융위기 이후 허물어져
‘4차 산업’에 올라탄 수도권은
지방 노동력 빨아들이며 번성

처음부터 수도권 일극체제는 아니었다. 동남권은 1970년대 이후 한국 제조업의 중심지였다. 전방 산업인 조선·자동차·기계가 여타 산업을 이끌었고, 철강과 석유화학이 소재를 공급했다. 수출 주도 대기업과 하청 부품 업체의 생산 네트워크가 구축돼 대기업이 잘나가면, 중소기업도 성장했다.

하지만 이 구조는 2009년 금융위기로 허물어졌다. 선박 수요가 급감하면서 조선업이 위기에 처했고, 중국 내수산업이 발전하면서 기계·자동차·철강 산업 성장이 연쇄 정체했다. 이들 산업으로만 ‘특화된’ 제조업 도시들은 침체에 빠졌다.

반면 반도체·정보통신 산업 중심으로 성장한 수도권은 2010년대 이후 ‘4차 산업’ 흐름에 올라탔다. 모바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성장과 함께 제조업에서도 기술혁신이 이뤄졌다. 반도체 품귀로 자동차 생산 차질을 빚는, 제조업의 디지털화·스마트화다. 지식산업은 고급 노동력이 필요하고, 이를 공급할 만한 대학은 수도권에 몰려 있다. 동남권을 비롯한 비수도권이 직면한 위기의 구조다.

“2010년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뒤로도 한동안 실감하지 못하다가 지역의 인구감소가 2017년 본격화되면서 위기의식이 커졌습니다. 제조업 전장화(電裝化) 등 변화에 대비하지 못한 거죠.”(남종석 경남연구원 혁신성장경제연구실장) 2015년 800만명을 찍었던 동남권 인구는 5년여 만에 20만명이 줄었다. 유출 인구의 76%가 수도권을 향했고, 이 중 20~39세가 71%를 차지한다.

현대차 생산직은 약 5만명인데 이 중 2025년까지 1만명 이상이 정년퇴직한다. 추가 고용 계획은 없다. 미래 차 변혁에 따른 인력 재편 때문이다.

다른 중후장대 산업도 사정이 비슷하다. 조선업계는 최근 업황이 다소 호전됐다곤 하지만 2015년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예전 같은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하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대형 제철소는 생산 공정에 사람 손이 필요 없는 단계다.

남종석 실장은 “제품, 공정, 엔지니어 등 세 분야를 동시에 혁신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구 유출 타격에서 벗어나려면
신산업 육성·산업 고도화 필요

방향은 두 가지다. 수도권과 차별화되는 신산업 육성과 기존 산업의 고도화다. 부·울·경이 공동 작성한 ‘동남권 발전계획 수립 공동연구 보고서’는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 원전해체 산업 육성,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클러스터 조성, 국가제조혁신 클러스터 육성 등을 주요 과제로 세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제조업 혁신”을 달성하기 위한 과제들이다.

핵심 문제는 첨단산업에 필요한 인력이다. 수도권 대학 수준의 연구 인력을 공급받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에선 지방 근무에 석·박사급 신입 100명을 뽑으면 입사 전에 20명이 그만두고, 1년 안에 20명이 더 떠난다는 말이 7~8년 전부터 돌았다.

“사람이 안 내려오니 공장을 뜯어 수도권으로 옮겨야 할 판”이라는 게 현실이다. 2014년 LG전자 창원공장 이전 논란은 지금도 회자되는 ‘트라우마’다. 수도권으로 떠나려던 LG 공장을 경남도와 창원시가 각종 혜택으로 간신히 붙들었다.

대기업과 연관된 수백 곳의 협력사들을 생각하면 악몽이었다. 자치단체들이 교통망 연결에서 시작해 인재의 유입과 정주 여건을 만들고, 대학과 기업을 연계해 지역산업 맞춤 인재를 육성하려는 이유다.

가덕도신공항 역시 지방의 ‘기회의 확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 항만·철도와 연계한 물류 플랫폼을 통해 신산업을 키우고, 국내외 기업을 유치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남 실장은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위해선 고용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결국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대기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김해에는 NHN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서 기업군이 형성되고 있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기업에 대한 파격적 인센티브는 논쟁적일 수 있다”면서도 “앵커기업에 지방의 알짜 땅을 내주고 마음대로 개발하도록 하겠다는 정도의 유인이 아니면 대기업 유치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협약을 통해 지나친 이익을 제한하고, 채용 할당 등 조건을 내걸면 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지방 소멸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수용성이 달라질 제안이다.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다.

지방이 떠나고만 싶은 공간은 아니다

“모두가 서울에 살고픈 건 아냐
길이 뚫리면 선택지 넓어질 것”

창원 팔용동 가전제품 부품업체 삼천산업은 지역 제조업 혁신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LG전자 1차 협력사인 삼천산업은 스마트공장을 갖추고 세탁기 등 가전 부품을 해외에 수출한다.

서울에서 경영컨설팅 관련 업무를 하던 최원석 대표(43)는 2015년 부친의 회사를 이어받았다. 자녀 교육에 사업 부담까지 막막한 낙향이었다.

최원석씨

최원석씨

“중국과 베트남이 가격 경쟁력을 넘어 품질 격차까지 좁히며 위기가 찾아왔어요. 스마트팩토리 도입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스마트공장은 노동의 자동화를 넘어 공장 전 영역에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알아서’ 공정을 진행한다. LG전자의 협력으로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이후 시간당 생산량이 1개 라인 1200개에서 1950개로 늘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고, 생산계획 준수율은 40%에서 98%까지 뛰었다. 공장 자동화 3년 만에 직원은 오히려 60여명이 늘어났다. “매출이 6년 새 50% 늘어났지만 현장 인원은 15~20% 줄었습니다. 대신 사무직이 27명에서 70명으로 늘었죠. 자동화 이후 유지·보수로 업무가 전환되고, 사업이 확장되면서 사람이 더욱 필요하게 된 거죠.”

사업의 어려움은 역시 인재다. 제조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그나마 기술을 익힌 뒤에는 수도권으로 이직한다는 것이다. 다른 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을 돕는 솔루션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보니 고민은 더욱 커졌다.

결국 서울에 지사를 만들었다. “지원서류가 100장이라면 면접을 봐야겠다 싶은 사람은 10명 정도이고, 그중 한 명을 뽑을까 말까. 근데 서울에서 뽑아보니 상위권 대학 출신 7년차 경력자인데도 여기보다 희망 연봉을 적게 써서 허탈했어요. 서울은 인재풀이 넘쳐나는 거죠.”

최 대표가 메가시티에 거는 기대도 “돈으로 메울 수 없는 ‘미스매치’의 해소”다. “부·울·경이 각기 시스템이 다르고 교통망이 불편하다 보니 가까이 있는 기업들하고만 협력하고 있죠. 이동이 원활해지면 전체 시장 규모도 커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방이 떠나고만 싶은 공간도 아니다. 마산에 사는 용접노동자 천현우씨(31)는 2009년 일을 시작한 뒤 10번 이직했다.

천현우씨

천현우씨

심한 화상으로 발목을 절단할 뻔하기도 하고, ‘블랙기업’의 부조리도 몸으로 겪었다. ‘일자리가 널렸는데 요즘 젊은이들이 배가 불러서 안 간다’고 지칭하는 일자리들은 실제론 ‘고액 알바’ 수준이었다. 숙련공으로 자리 잡기 위해 용접 일을 배웠다.

“중소기업 일자리는 언제든 대체될 수 있거든요. 하청 업체의 설움, 산재 위험까지 있죠.” 그렇다고 생계 위협까지는 안 가는 ‘위태로운 균형’이 유지된다. “창원의 오래된 아파트는 2억원이면 사요. 월급 200만~300만원이면 차도 굴려요. 사실 식당 하다 망해도 서울보단 까먹는 돈이 크지 않아 위험도 적어요(웃음). 하지만 무언가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하기는 어렵죠.”

천씨는 서울로 떠나고 싶지는 않다. “여전히 친구들이 있고 추억의 공간이 남아 있거든요. 친구가 서울 대기업을 다니는데 표정이 밝지 않아요. ‘연봉 5000만원 받으면 모하노, 집도 못 사는데’라는 거죠.”

하지만 이대로는 아니다. “고향에 남고 싶어도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서울로 가야 하잖아요. 창원은 제조업 일자리뿐이니 여자들은 더욱 떠날 수밖에 없고요. 저만 해도 김해에 용접 일자리가 많은데 교통이 불편해 못 가고 있어요. 길이 뚫리면 선택지가 넓어지겠죠. 지방 탈출 흐름이 멈추려면 기회가 넓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요.”



제작: 이제석 광고연구소 ⓒ www.jesk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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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석 광고연구소’가 경향신문 창간 기획 ‘절반의 한국’과 함께 합니다. 연구소가 제작한 공익광고가 기획 기사의 메시지를 한층 선명하게 할 것입니다.


[절반의 한국⑥]일자리 따로 사는 곳 따로…지방에도 ‘통근전철’ 안 될까요?

특별취재팀 배문규·최민지(스포트라이트부)박채영·문광호(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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