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설치류의 콧속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방식으로 6일만에 완치한 사례가 나왔다. 영국 공중 보건국은 해당 스프레이에 대해 "현재까지 실험한 것 중 가장 효과적인 코로나19 바이러스 중화제"라고 밝혔다.
라마·낙타 항체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2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영국 정부 산하 로잘린드 프랭클린 연구소에서 '상당한 잠재력'이 있는 코로나19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법은 라마·낙타·알파카 등에서 생성되는 코로나19 항체인 '나노바디'를 활용한 것으로, 연구소장인 제임스 나이스미스 교수는 "놀라울 정도로 흥미진진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체내에 침투할 때 바이러스 표면에 돌기처럼 튀어나온 스파이크 단백질을 사용한다.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체 세포 표면의 수용체(ACE2)에 달라붙어 세포 문을 열고 침투해 자기 복제를 일으켜 코로나19에 감염시킨다. 나이스미스 교수에 따르면 나노바디는 이 스파이크 단백질의 핵심 부위에 달라붙어 단단한 결합체를 형성한다. 이렇게 되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포 내 침투가 어려워지고, 인체의 면역 체계가 해당 바이러스를 쉽게 찾아내 파괴할 수 있다.
스파이크 단백질에 '딱 들어맞는 열쇠' 찾아
이번 실험에 활용한 스프레이는 로잘린드 프랭클린 연구소가 피피(Fifi)라는 이름의 암컷 라마를 통해 찾아낸 새로운 나노바디를 활용해 만들었다. 연구팀은 피피에게 정제된 스파이크 단백질 백신을 접종한 뒤, 특수 항체를 생성하게 했다. 이후 피피의 혈액 샘플을 가져다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에 가장 잘 들어맞는 강력한 나노바디를 선별해냈다. 나이스미스 교수는 "거의 자물쇠처럼 딱 들어맞는 열쇠를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면역학자인 시나 크루익생크 교수는 "매우 흥미롭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에 불과해 인체 실험으로 넘어가기 전에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아주 유망하고 저렴하며 관리하기 쉬운 치료 방식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나이스미스 교수는 "코로나19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백신뿐 아니라 효과적인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며 "백신 면역을 우회할 수 있는 새로운 변이체가 나타날 수 있다. 백신만으로는 바이러스의 진화를 이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이스미스 교수의 연구 결과는 이달 네이처커뮤니케이션스 저널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