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부사관 남편에 '가해자 인생이 불쌍하지 않냐'며 고소 취하 회유"

탁지영 기자
지난 6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이모 중사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6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이모 중사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상관에게 성추행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 유족 측이 군인인 피해자 남편도 피의자로부터 회유와 압력을 받았다고 밝혔다.

유족 측 대리인 김정환 변호사는 7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3월에) 신고를 공식적으로 하고 나서도 2주 이상 지난 시점에 피의자들 중 한 명이 남편에게 찾아와서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며 고소를 취하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안 되겠냐는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후에 유가족들이 알게 돼서 남편에게 이를 항의하도록 한 부분이 객관적인 자료로 남아 있다”며 “(취하를 요구한 이유는) ‘가해자가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가해자의 인생이 불쌍하지 않느냐’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사건은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의 2차 가해가 모두 이뤄졌기 때문에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큰 원인이 됐을 거라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 부사관이 1년여에 걸쳐 여러 번 강제추행 피해를 겪었다고도 했다. 그는 “이 사건은 회유에 가담한 인원들부터 시작해서 1년여에 걸쳐 여러 번 강제추행이 있었고, 피해자가 문제제기하지 못하는 걸 보고 추행이 반복적으로 이뤄진 점에서 심각하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유족은 다른 상관에 의한 성추행 피해가 최소 두 차례 더 있다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상사 3명을 추가 고소한 바 있다.

피해자가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받지 못했다는 점도 밝혔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사망할 때까지 국선변호인과의 면담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고 통화도 두 차례에 불과했다”며 “통화마저도 피해자 조사 일정을 정하는 과정에서 닿은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과연 피해자가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족들 입장에선 국선변호인이 피해자와 관련한 여러 가지 조력을 정상적으로 했다면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법률검토를 했을 때 충분히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이 들어 추가 고소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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