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최대 고비’…1·2차 유행보다 훨씬 긴 싸움 될 수도”

이혜인·이창준·박채영·박준철·오경민 기자

방역당국, 전례 없는 위기감…자영업자도 벼랑 끝

<b>사우나 불가, 목욕만 가능</b> 수도권 지역에 사우나·한증막과 에어로빅 같은 격렬한 그룹운동(GX) 시설의 운영을 중단하도록 한 이른바 ‘2+알파(α)’ 단계가 적용되기 하루 전인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한증막 시설에 이용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사우나 불가, 목욕만 가능 수도권 지역에 사우나·한증막과 에어로빅 같은 격렬한 그룹운동(GX) 시설의 운영을 중단하도록 한 이른바 ‘2+알파(α)’ 단계가 적용되기 하루 전인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한증막 시설에 이용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신규 확진자 438명…닷새째 500명대 안팎 오르내리는 상황
감염재생산지수 1.43, 1~2주 뒤 하루 최대 1000명 확진 의미
3차 지원금 빨라야 내년 2월 초…“폐업 뒤 줘봤자 소용없어”

“지난 1월부터 11개월간 코로나 대응을 해오면서 많은 위기를 겪어왔지만, 올겨울이 최대 고비라고 생각합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30일 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최대 고비’라는 표현을 썼다. 1차 유행과 2차 유행에 비해 이번 3차 유행의 터널이 겨울 내내 이어지면서 훨씬 길어질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438명을 기록해 벌써 닷새째 500명대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 3차 유행 장기화 불가피

방대본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11월 첫주 110.4명이던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불과 3주 후 4배가량인 424.6명으로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감염자 1명이 몇 명의 감염자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감염재생산지수도 1.05에서 1.43까지 치솟았다. 정 본부장은 “감염재생산지수가 1.43일 경우 (거리 두기의 효과를 배제하고) 단순 계산을 해보면 1~2주 후 많게는 하루에 700~1000명까지도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3차 유행의 특성은 일상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집단감염이 또 다른 일상 공간에서 n차 감염을 일으키며 증폭되는 양상을 띤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주말쯤부터 거리 두기 단계 상향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사람 간 접촉을 줄여 n차 감염의 연결고리를 끊으면 신규 확진자 숫자가 조금씩 감소할 것이란 기대이다.

문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생존에 유리한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에 더해 수능, 대학별 고사, 연말연시 이벤트 등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거리 두기 2단계를 통해 하루 500명대에 달하는 확진자 수를 줄인다 해도, 다시 100명 아래로 내려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점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28일 열린 코로나19 재유행 긴급 좌담회에서 “지역사회 유행은 규모가 줄어들려면 시간이 걸린다. 2차 유행도 두 달 가까이 이어졌고, 경제적 피해를 우려해 어쩔 수 없이 1단계로 완화할 때도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명 이상 지속 발생했다”며 “2차 유행은 긴 장마로 실내 활동이 많아 사태가 오래갔는데 3차 유행은 겨울이라 상황이 더 안 좋다”고 말했다. 그는 “강화된 거리 두기로 피해를 입게 될 자영업자와 노동자를 올겨울 어떻게 보호하느냐가 거리 두기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서울의대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도 좌담회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2.5단계, 3단계로 갈 경우 10명 이상 모일 수 없는데, 아무 대책 없이 모이지 말라고만 하면 효과가 없다”면서 “일방적 희생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이런 대책을 미리 만들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겨울 ‘최대 고비’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서는 강화된 거리 두기가 장기화될 경우를 서둘러 대비해야 방역도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 자영업자들 “이제 한계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자 정부는 1일부터 수도권의 경우 현행 2단계에 더해 에어로빅·킥복싱 등 격렬한 운동을 하는 GX시설과 사우나·한증막 등의 운영을 중단하는 ‘2+α(알파)’ 단계를 도입한다. 비수도권은 일제히 1.5단계로 상향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전국 2단계 혹은 수도권 2.5단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정부는 “사회·경제적 피해를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거리 두기 강화를 하루 앞둔 30일 돌아본 수도권 일대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처참했다. 이들은 “우리도 코로나19가 빨리 끝났으면 한다. 잠잠해질 수만 있다면 하라는 대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1년 내내 이어지고 있는 이 상황을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특히 감염 고위험시설로 분류되는 체육시설들은 ‘직격타’를 맞았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정완구씨(59)가 운영하는 복싱체육관은 2단계 조치 이후 오후 9시에 문을 닫아야 한다. 코로나 유행 이후 올 한 해 내내 회원수는 크게 줄었다. 정씨는 “지금이 외환위기 때보다 어렵다”며 “코로나 이후 (월세 등을 빼고) 남는 돈이 월 100만원을 넘은 적이 한 번도 없고, 10만~20만원에 불과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지원해준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100만원으로는 월세도 못 냈다”고 말했다.

음식점과 카페도 상황이 심각했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 중인 A씨는 “12년째 운영을 해왔는데 지금이 상황이 제일 안 좋다”고 말했다. 오후 4시~다음날 오전 4시였던 영업시간을 지금은 오후 1~9시로 대폭 줄였다. 도저히 버틸 수 없어 주 단위로 번갈아 나오던 아르바이트생 2명을 어쩔 수 없이 내보내고, 대학생 손자가 와서 가게 일을 돕고 있다. 그는 “소주박스 나가는 것을 보면 평소 주말 하루 동안 팔리던 양이 사흘이 다 가도 안 팔린다”면서 “배달업체에서 떼가는 수수료와 포장비용을 생각하면 남는 것이 없어 배달 서비스도 하기 어렵다”고 했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최근 일주일간 매출이 70% 감소했다”고 말했다.

■ “취약업종 타깃 지원 필요하다”

현재 여야는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12월2일까지 합의가 이뤄진다면 설 연휴 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당장 12월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눈앞이 캄캄한 자영업자와 특수고용노동자 등을 생각하면 긴급지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회사에 소속된 사람들은 타격이 크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무척 힘든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항공이나 여행업계 실직자, 줄어든 노인 일자리로 인해 소득이 낮아진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추가 지원을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임대료에 대해서도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자영업자들은 계속 빚을 내면서 생활하는데, 임대업자가 선처하는 경우에만 임대료가 감면된다”며 “지자체나 중앙정부에서 임대점포 임대료를 깎아주는 등 솔선수범하면서 임대료 인하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순만 서울대 교수(보건경제학)도 “자영업자가 폐업을 하고 절망에 떨어진 이후 재난지원금을 지급해봤자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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