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트랜스젠더·25세 최연소 등…‘차별의 벽’에 온몸으로 돌진

김윤나영·조형국 기자

소수정당 후보들

TV토론도 못 나가고…비례는 ‘마이크’ 안돼 생목 연설

선거법 ‘굴레’에도 “거대 양당이 못하는 것 우리가 한다”

[정치 약자들의 힘겨운 총선]③트랜스젠더·25세 최연소 등…‘차별의 벽’에 온몸으로 돌진

녹색당 비례대표 김기홍

“생명을 위한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법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

4·15 총선에는 25세 청년부터 에코 페미니스트까지 다양한 소수정당의 후보들이 뛰고 있다. 이들은 거대 양당이 포괄하지 못하는 소수자 인권, 그린뉴딜, 기본소득, 노동 등의 이슈를 앞세우고 있다. 비례 후보는 마이크를 잡을 수 없다거나 소수정당은 TV토론에 나갈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의 굴레도 뛰어넘는다. 이들은 ‘평균 나이 54.9세, 남성, 평균 재산 15억2148만원’으로 대표되는 21대 총선 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을까.

녹색당 비례대표 6번 김기홍 후보(37)는 지난 5일 서울 신촌에서 거리 유세를 했다. 총선 후보지만 마이크는 없다. ‘비례 후보는 마이크를 잡을 수 없다’는 선거법 때문이다. ‘생목’으로 그린뉴딜과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연설했다. 음악교사였던 김 후보는 “전공이 음악이라 발성을 좀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녹색당은 ‘비례 후보는 마이크를 잡을 수 없다’고 규정한 선거법 개정을 위해 두 번째 헌법소원을 냈다.

트랜스젠더인 김 후보는 제주에 살던 비정규직 음악교사였다. 그를 바꾼 건 2017년 대선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군대 내 동성애에 반대하느냐”고 묻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반대하지만 존중돼야 한다”고 답한 것을 보고 커밍아웃했다. 2018년 제주도 퀴어축제에 처음 참가하면서 녹색당에 가입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도의원 후보로 나섰지만, 정당 득표율 4.87%를 받아 의석 배분 최소 득표율 5%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선했다. 김 후보는 비례연합정당 창당 국면에서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 덕에 유명해졌다. 윤 총장이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소모적 논쟁”이라며 녹색당을 연합 대상에서 제외하면서다. 김 후보는 “윤 총장이 저를 언급해주셔서 홍보도 됐다”며 “기후위기가 심해질수록 여성, 노인, 성소수자, 직장이나 재산이 없는 사람은 뒤로 밀린다”며 ‘그린뉴딜’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기존 개발지향적인 경제정책에서 벗어나 생태 친화적인 경제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자는 개념이다. 스스로 ‘에코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한 그는 “모든 생명을 위한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법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정치 약자들의 힘겨운 총선]③트랜스젠더·25세 최연소 등…‘차별의 벽’에 온몸으로 돌진

무소속 서울 동대문갑 이가현

“여성·노동 문제를 언제까지 다른 정당, 다른 사람한테 미룰 순 없다”

무소속 이가현 후보(28)는 서울 동대문갑에 출마한 페미니스트다. 유권자들에게 “정치의 코르셋을 걷어버리자, 페미니스트 이가현”이라고 적힌 명함을 나눠주고 있다. 대학 2학년이던 2013년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한 달 1만원이던 식대를 7만원으로 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운동에 희망을 가졌다. 액세서리 판매점에서 일하면서 가입한 알바노조에서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요구했다가 해고됐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에 분노하다 이듬해부터 페미당 창당을 준비해왔다. “여성·노동 문제를 언제까지 다른 정당, 다른 사람한테 미룰 순 없다. 내가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초·중·고교를 나온 서울 동대문갑에 출마했다. 1호 공약은 ‘성별 임금격차 해소법’이다.

무소속 후보가 갈 길은 첩첩산중이다. 출마 ‘자격증’을 얻기 위해 거리에서 주민 300명의 서명을 받는 것부터가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 지역 상가를 돌며 서명을 채우고 나니 기탁금 1500만원 모으기라는 장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홍보도 혼자 해야 한다. 지난 4일에는 ‘아무도 안 열어줘서 내가 여는 토론회’라는 제목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올렸다.

[정치 약자들의 힘겨운 총선]③트랜스젠더·25세 최연소 등…‘차별의 벽’에 온몸으로 돌진

기본소득당 서울 은평을 신민주

“모두가 기본소득 60만원을 받는 사회를 만들겠다”

서울 은평을에 출마한 기본소득당 신민주 후보(25)는 전국 최연소 후보다. 또래 학생들이 대규모로 희생된 2014년 세월호 참사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청년단체에서 활동했다. 2018년부턴 ‘스쿨미투’ 활동과 낙태죄 폐지 운동도 했다. 스스로 “돈이 되는 후보”라고 소개한다.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 60만원 제공’이 핵심 공약이다.

최근에는 TV토론에 나가려 읍소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여론조사 지지율 5% 이상인 후보만 TV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는 선거법에 막히면서다. 하지만 신 후보는 멈추지 않는다. 그는 “또 50대 아저씨 뽑으시겠습니까” “은평은 좋겠다, 페미니스트 신민주 있어서”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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