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청정국의 비밀…“누가 코로나 소리를 내었는가”

정환보 기자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의 대형 사진|AP연합뉴스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의 대형 사진|AP연합뉴스

‘코로나19 청정국’의 비밀이 탄로나기라도 한 것일까.

투르크메니스탄 정부가 언론은 물론 일반 대중들에게도 ‘코로나·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등의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3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국제 언론자유 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에 따르면 투르크메니스탄의 국영 통신사를 비롯한 언론에서는 지난주부터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단어가 사라졌다고 dpa통신이 보도했다.

정부 공문서는 물론 학교나 병원, 직장 등에서 배포하는 책자에도 ‘코로나’가 포함된 단어는 모두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문서에서는 투르크메니스탄 외교부가 2주 전 ‘이란으로 의료진을 파견한다’면서 발표한 성명에서 코로나19를 언급한 것이 마지막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부 홈페이지에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내용을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이뿐만 아니라 각 개인이 마스크를 쓰고 있거나, 길거리와 버스 정류장 등에서 ‘코로나’라는 말을 입 밖에 꺼냈다는 이유로 사복경찰에 체포되는 사례도 있다고 국경없는 기자회는 전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공식적으로 ‘아직까지 단 1명의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코로나 청정국’이다.

1일 현재 전 세계 203개국·자치령 등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85만명을 넘어섰음에도 자국은 “환자 제로(0명)”라며 ‘코로나 무풍지대’라는 점을 자랑삼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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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에서 1993년 독립한 투르크메니스탄은 지리적으로 코로나19 ‘발원지’ 중국과 4만4000여명의 감염자가 발생한 이란의 사이에 위치해 있어 이미 확산 단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1일 오후 3시 현재 투르크메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란에서는 누적 확진자가 4만4605명, 카자흐스탄에서는 348명, 우즈베키스탄은 172명, 아프가니스탄도 174명이 감염된 상태다.

2019년 4월17일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수도 아시가바트의 대통령궁으로 진입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에서는 모든 차량을 ‘흰색’으로 도색하도록 하고 건물 외벽도 하얀색으로 칠해야 한다. 대통령궁의 지붕만 ‘금색’이다.|연합뉴스

2019년 4월17일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수도 아시가바트의 대통령궁으로 진입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에서는 모든 차량을 ‘흰색’으로 도색하도록 하고 건물 외벽도 하얀색으로 칠해야 한다. 대통령궁의 지붕만 ‘금색’이다.|연합뉴스

이 때문에 투르크메니스탄은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의 ‘권위주의 체제’가 강압적으로 코로나19 관련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RSF의 발표가 나온 것이다.

RSF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은 2019년 평가 대상국 180개국 가운데 180위를 차지할 정도로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고 있는 나라다.

총리직까지 겸임하고 있는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은 2006년 전임 대통령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사망 직후 집권에 성공한 이후 네번째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독재자’로 악명 높았던 니야조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부터 투르크메니스탄은 권력자 개인 우상화와 각종 기행으로 오명이 널리 알려졌다.

‘깨끗한 나라’ 이미지를 위해 수도 아시가바트의 모든 건물을 ‘흰색’으로 도색하도록 하고 차량도 모두 흰색으로 통일하도록 한 일 등이 각국 언론의 ‘해외 토픽’을 장식하기도 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아시가바트 전경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아시가바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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