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 없이 수수료만 받는 배달노동자…플랫폼기업들, 1인당 연 2700만원 절감읽음

정대연 기자

보험료·퇴직금 등 연간 1000만원

1800만원 넘는 업무관련비용은

근로기준법서 배제된 라이더 부담

“연소득 4548만원.” 지난 12일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물류서비스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은 지난해 하반기 배민 라이더의 월평균 소득이 379만원이라고 발표했다. 1년 기준으로 계산하면 4548만원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임금노동자 월평균 소득이 297만원이니 이보다 연 984만원 정도 많은 액수다. 액수로만 보면 꽤 좋은 일자리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배민의 발표에는 핵심적인 내용이 빠져 있다. 배민 라이더 대다수는 건당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일한다. 다른 플랫폼 배달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들과 근로계약을 맺었다면 마땅히 부담해야 할 ‘의무’로부터 빠져나간다. 사회보험료, 퇴직금,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 연차수당이 여기에 해당한다. 오토바이 대여료, 유류비 등의 비용도 노동자에게 떠넘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플랫폼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만 봐서는 전통적인 노동자와 하등 다를 것이 없다. 오로지 계약관계가 다르고 그로 인해 사회적 관계가 달라질 뿐”이라며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기에 사회 구성원으로 적용받아야 할 시민적 권리에서 배제돼 있다”고 지적했다.

플랫폼기업이 근로계약을 회피해서 얻는 이익은 얼마나 될까. 경향신문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이 고용노동부 발주로 수행한 ‘플랫폼노동 보호와 조직화 방안 연구보고서’ 자료를 근로복지공단, 공인노무사, 노동운동가의 도움을 받아 분석했다. 이 연구에서 음식 배달노동자 월평균 총수입이 390만원으로 조사돼 앞선 배민 발표 자료에 가장 가깝다.

이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가정하고 플랫폼기업이 부담해야 할 사회보험료를 계산하니 국민연금·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 포함)·고용보험·산재보험을 합쳐 연 553만원가량으로 나타났다. 특수고용노동자인 배달노동자들은 국민연금·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직장가입자가 사용자와 반반씩 보험료를 부담하는 것의 두 배를 내야 한다. 고용보험은 자영업자로 임의가입해 보험료 전액을 내는 방법밖에 없고 사업자등록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산재보험은 임금노동자의 경우 사용자가 보험료를 전액 내는 것과 달리 자신이 절반을 내야 하며 이마저도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 가입률이 낮다. 여기에 매년 한 달치 임금을 퇴직금으로 적립해 놔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플랫폼기업은 연 1000만원 가까운 돈(943만원)을 절감하게 된다.

연구에서 배달노동자들이 업무와 관련해 쓰는 비용은 월평균 151만4000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노동자가 ‘근로자’라면 부담하지 않을 보험료, 수수료, 프로그램비, 통신비, 오토바이 대여료, 유류비 등이다. 연 1800만원이 넘는 돈이다. 여기까지만 따져도 기업은 1인당 2700만원 이상 절감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통상임금의 50~10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하는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과 미사용 연차수당은 포함하지 않았다. 앞선 연구에서 배달노동자는 주 6일 노동이 일반적이고(월평균 25.4일 노동), 하루 노동시간 또한 긴 것(10.1시간)으로 나타나 이런 수당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 노동자 개인과 사회 전체에 닥칠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스테판 카르실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일자리·소득부장은 경향신문 좌담회에서 “플랫폼노동자들의 사회보험 이탈은 여러 사회보장제도에 재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노동자들뿐 아니라 공공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정부는 이런 리스크를 제대로 인지하고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잘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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