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의 기억’ 이승준 감독 “다시 세월호 얘기를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경학 기자

한국 최초 아카데미 단편 다큐 후보 오른 ‘부재의 기억’ 이승준 감독 귀국 기자간담회

선장의 탈출·청와대 태도 본 관객들 욕설 등 적극적인 반응

유족들 “6년간의 싸움 기억해달라는 바람 현실화돼 기뻐”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단편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 <부재의 기억> 귀국 보고 기자간담회가 열린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승준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단편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 <부재의 기억> 귀국 보고 기자간담회가 열린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승준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굉장히 희한한 경험을 했습니다. 상영회 이후 다른 후보 감독들이나 해외 언론이 칭찬을 많이 해주면서도 희망적인 것을 선호하는 아카데미 성향상 상은 못 받을 거라고 이야기했거든요. 그럼에도 세월호 참사가 많이 알려졌다는 면에서 굉장히 훌륭한 경험이었죠. 저나 세월호 유가족도 이 영화를 시작했을 때 목적이 세월호를 많이 알리자는 것이었습니다.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만족합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 후보에 오른 영화 <부재의 기억>의 이승준 감독(49)은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귀국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에 대한 관심이 식을 수 있는데 다시 세월호 얘기를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감독은 <신의 아이들>(2008), <달팽이의 별>(2012), <달에 부는 바람>(2014), <그림자꽃>(2019) 등으로 유명 해외 영화제에 초청돼 상을 받은 경험이 있다.

아카데미는 미국 중심의 영화제임에도 사회나 언론의 관심은 여타 해외 영화제와 차원이 달랐다. 이 감독은 아카데미상 수상을 위해서는 극영화뿐 아니라 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 영화도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감독은 “칸 같은 다른 유명 해외 영화제는 작품만 잘 만들면 되지만 아카데미에서 수상하려면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며 “<부재의 기억>은 미국 현지 파트너(제작사)가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모션 비용도 많이 들어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같은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해주지 않으면 개인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영진위가 극영화 중심으로 시도한 적은 있지만, 단편 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도 지원이 있다면 충분히 수상도 가능하다고 본다. 매우 희망적으로 본다”고 했다.

이 감독은 아카데미 회원들 투표를 위해 미국에서 4차례 공식 상영회를 했는데, 세월호 선장이 승객을 놔둔 채 도망치는 장면과 청와대가 배가 거의 다 잠긴 시점에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영상을 달라고 해경을 재촉하는 지점 등에서 관객이 욕을 하는 등 굉장히 적극적으로 반응했다고 전했다.

그는 “어느 나라에서 제작했고, 어떤 소재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며 “보는 방식이나 느끼는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비슷한 지점도 많았다. 아파야 할 지점에서 같이 아파하고, 분노해야 할 지점에서 같이 분노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이어 “이런 면을 고려해서 제작한다면 어떤 이야기든지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이 감독과 현지 일정을 함께하고 아이들 사진을 들고 레드카펫을 밟기도 한 세월호 유족 오현주씨(장준형군 어머니), 김미나씨(김건우군 어머니)도 참석해 소감을 밝혔다.

오씨는 “<부재의 기억>이 아카데미 후보가 됐다는 이야기 들었을 때부터 전 세계가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관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다”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관련자를 처벌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6년 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싸워왔다. 싸움을 기억해 달라는 게 우리 바람이었는데 영화를 통해 부분적으로 현실화돼 기뻤다”고 말했다. 김씨는 “원래 레드카펫을 밟을 예정이 없었는데, 감독님과 프로듀서님, 배우분들이 양보해주신 것”이라면서 “교민들이 ‘아이들 데리고 갈 건데 당당해야 한다’며 드레스도 빌려줬다. 250명의 아이들 사진을 당당하게 들고 사진 찍은 것이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Today`s HOT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황폐해진 칸 유니스 교내에 시위 텐트 친 컬럼비아대학 학생들 폭우 내린 중국 광둥성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한국에 1-0으로 패한 일본
아름다운 불도그 선발대회 지구의 날 맞아 쓰레기 줍는 봉사자들
페트로 아웃 5연승한 넬리 코르다, 연못에 풍덩! 화려한 의상 입고 자전거 타는 마닐라 주민들 사해 근처 사막에 있는 탄도미사일 잔해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