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쪽방 월세 23만3000원, 정부 주거급여액과 일치…집주인, 탈탈 털어간다

이성희 기자
[단독]쪽방 월세 23만3000원, 정부 주거급여액과 일치…집주인, 탈탈 털어간다

쪽방촌의 한 달 임대료가 평균 23만300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저소득층에 지원하는 주거급여(지난해 서울 1인 가구 기준) 금액과 정확히 일치하는 수준이다. 건물 소유자들이 주거급여를 악용해 쪽방 주민들에게 월세를 최대한 받아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쪽방촌 주민 3명 중 2명은 ‘추위와 더위’, ‘쥐·해충’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쪽방촌 주민 10명 중 8명은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한국도시연구소는 지난달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258가구를 대상으로 ‘비주택 거주자 주거지원 희망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쪽방촌 가구주의 88.0%가 남성이고 94.6%가 1인 가구로, 주민들은 대부분 혼자 사는 남성인 셈이다. 주민들 중 50대 이상이 87.8%로, 고령층이 대부분이다. 장애 및 질환이 있는 가족이 있는 가구도 67.4%나 됐다.

거주 형태는 대개 월세(98.4%·252가구)다. 월세 가구의 평균 주거비는 보증금 102만1000원에 월세 23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월세 23만3000원은 서울에서 1인 가구가 주거급여로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다. 주거급여는 저소득층의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것인데, 사실상 건물주들이 돈을 버는 데 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올해는 주거급여가 26만6000원으로 오르는데 건물주들이 벌써부터 쪽방촌 월세를 따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의 주거비 부담은 여전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가구 중 59.9%가 주거비가 부담스럽다고 답했는데, 이들 중 91.5%는 주거비 부담으로 식료품비를 줄인 경험이 있다. 돈이 없어 질병 치료를 포기한 경험도 31.4%나 된다.

쪽방은 제대로 된 보금자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응답자들은 현 거처에서의 위협 요소를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 ‘추위·더위’(65.1%), ‘쥐·해충’(64.3%), ‘고립·우울감’(52.3%) 등을 꼽았다. ‘미끄러짐’(29.5%)이나 ‘부딪힘’(17.1%) 등 안전사고 경험도 많았다. 쪽방촌 주민들 중에는 고령층이 많아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 쪽방 주거비 부담…82% “공공임대 입주 희망”

응답자 중 81.9%는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최근 서울 영등포 쪽방촌을 공공임대가 들어가는 역세권 주거단지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개발 과정에서 쪽방촌 주민을 내쫓았던 과거와 달리 임시 거주시설을 마련해 이들이 공공임대에 입주해 재정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주민들은 커봐야 6.6㎡였던 쪽방에서 16㎡ 넓이의 새 아파트로 옮기면서 월세는 3만2000원(보증금 161만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최은영 소장은 “쪽방의 열악함이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에 주거급여만 지급하는 것으로 주거 불안정성이 해결되지 않는다”며 “영등포 쪽방촌처럼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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