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죽인 보이스피싱 검사 김민수 잡아달라"···유서 공개한 아버지

노정연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20대 취업준비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운데, 피해자의 아버지가 “보이스피싱 가해자 처벌을 강화해달라”고 촉구했다. 숨진 피해자는 유서를 남기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임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12일 피해자 ㄱ씨의 아버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내 아들을 죽인 얼굴 없는 검사 김민수 잡을 수 있을까요?라는 청원글을 올려 ㄱ씨의 사망 경위와 유서 내용을 공개했다.

ㄱ씨의 아버지에 따르면 ㄱ씨는 지난달 20일 ‘서울지방검찰청 김민수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다. 사기단은 ㄱ씨에게 금융사기단 일당 계좌에서 ㄱ씨의 통장으로부터 수백만 원을 인출한 사실이 발견되었다며 수사에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이들은 만일 불응하거나 중간에 통화를 중단할 시 ‘공무집행방해죄’로 2년 이하의 징역 및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과 전국에 지명수배령이 내려져 즉시 처벌받게 된다고 ㄱ씨를 협박했다.

보이스피싱단의 요구에 따르던 ㄱ씨는 실수로 전화를 끊게 됐고 이후 본인에게 다가올 처벌에 대한 공포로 불안과 초조함에 떨며 스스로를 질책했다는 것이 ㄱ씨 아버지의 설명이다.

그는 “(아들이)검사님의 말씀이 두려워 친구나 친지, 부모에게도 논의하지 못했다”며 “결국 사건이 벌어진 지 3일 만에 가슴 아픈 결단을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은 청원인이 공개한 ㄱ씨의 유서에서도 전해진다.

유서에서 ㄱ씨는 “수사 협조조사 중 본의 아닌 실수를 했다”며 “한 순간에 공무집행방해죄로 2년이하 징역과 3천만원의 벌금을 내야하고 공개수배에 등록되게 되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수사를 고의로 방해한 게 아니다”라며 “범죄를 옹호하지 않고 협조하려 했던 선량한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ㄱ씨의 아버지는 “보통 이런 경우 어리숙했다고만 쉽게들 판단하지만,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1년에 약 2만여명에 달한다고 한다”며 “이런 피해사실을 널리 알리고 가까운 이웃과 가족들이 다시는 이런 분통한 죽음을 겪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메뉴얼 및 사례집 제작과 가정과 학교에 보급’, ‘직장과 학교를 대상으로 예방교육 실시’, ‘보이스피싱 관련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구’했다.

이 청원은 13일 오후 4시 기준 1만200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전북 순창경찰서에 따르면 ㄱ씨는 지난달 20일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430만원을 인출해 조직원들에게 전달한 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CCTV를 통해 용의자의 모습을 확인, 현재 추적 수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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